- 첫 농림위성 발사 성공,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농림위성,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의 새로운 눈!
우리나라 최초의 농림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새로운 농업·산림 관측 시대의 문을 열었다. 오랜 기간 준비한 국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결실을 보았다는 점에서 관계 기관과 연구진의 노고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앞으로 농림위성이 생산할 다양한 관측자료는 농업 생산성 향상은 물론 산림 관리, 재해 대응, 탄소흡수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첫 발사의 성공만으로 농림위성 시대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위성을 우주로 올려보내는 일은 하드웨어 구축의 성공일 뿐이며, 그 위성이 보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책과 산업 현장에 활용하느냐가 진정한 성공을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상위성 운영에서 이러한 사실을 경험한 바 있다. 기상청은 2010년 천리안위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 2018년 천리안위성 2A·2B호를 개발·운영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위성기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위성 발사에 그치지 않았다. 위성자료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보정과 검증, 관측 알고리즘 개발, 수치예보모델과의 연계, 전문 인력 양성 등 오랜 연구개발 투자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농림위성 역시 마찬가지다. 위성이 관측하는 것은 작물의 생육 상태나 산림의 건강도를 직접 측정한 자료가 아니다. 위성은 태양빛이 지표면에서 반사되거나 방출되는 서로 다른 파장의 광학 복사에너지를 관측할 뿐이다. 이 신호를 이용해 작물의 생육, 병해충 발생 가능성, 토양 수분, 가뭄, 산림 활력도, 탄소흡수량 등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물리모델과 인공지능 기술, 현장 관측자료를 결합한 정교한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즉, 농림위성의 가치는 하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보다 그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한 정보로 바꾸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위성자료 분석 알고리즘 개발, 인공지능 기반 정보 생산, 현장 검증체계 구축, 빅데이터 플랫폼 조성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농업은 기상조건과 토양환경, 품종, 재배방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이다. 동일한 위성영상이라도 지역과 계절에 따라 해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현장 검증과 정확도 향상이 필수적이다. 농촌진흥청, 산림청, 기상청, 국립농업과학원, 대학과 연구기관이 긴밀히 협력하여 국가 차원의 검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과제가 있다. 이번 농림위성의 설계수명은 약 5년이다. 위성 개발은 통상 5~7년의 긴 세월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부터 후속 위성 개발을 준비하지 않으면 관측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장기간 연속된 관측자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속성이 끊기면 작물 생육 변화와 산림 생태계의 장기 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후속 위성 개발은 현재 위성 운영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국가 전략이다.
세계 주요 우주 선진국들은 이미 하나의 위성을 발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후속 위성을 통해 수십 년 동안 동일한 관측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야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를 장기간 분석할 수 있고, 축적된 자료를 산업과 정책에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국가 농림관측체계 구축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농림위성은 단순한 우주개발 사업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시대를 대비하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이며, 미래 디지털 농업과 스마트 산림경영을 이끌 전략 자산이다. 위성 발사의 성공을 축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데이터 활용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 후속 위성 개발까지 함께 추진하는 장기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농림위성 시대는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된 순간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 위성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국민의 삶과 농업 현장에서 가치 있는 정보로 바꾸고, 이를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 자산으로 축적할 때 비로소 진정한 농림위성 시대가 완성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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