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더비 파리 경매서 45분간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약 830억 원에 낙찰
- 1924~1925년 지베르니에서 제작한 말년의 대작, 100년 가까이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
- 슐럼버거 가문 소장품 경매에서 새 기록, 모네 사망 100주년 맞아 작품 가치 재조명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말년 작품 '아이리스(Iris)'가 파리 경매에서 5천만 유로에 낙찰되며 프랑스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약 45분간 이어진 입찰 경쟁 끝에 나온 결과로, 오랫동안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돼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는 23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파리 경매에서 모네의 '아이리스'가 프랑스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미술품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낙찰은 현지시간 22일 파리에서 열린 '되찾은 시간: 슐럼버거 컬렉션(Le Temps Retrouvé: The Schlumberger Collection)' 경매에서 이뤄졌다. 소더비에 따르면 작품은 약 45분간 진행된 입찰 경쟁 끝에 수수료를 포함해 5천만 유로에 거래됐다.
AFP통신과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실제 낙찰가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4천300만 유로였으며, 구매자 수수료를 포함한 최종 거래금액은 약 5천4만5천 유로에 달했다. 이는 기존 프랑스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넘어선 금액이다.
지베르니 정원에서 탄생한 모네 말년의 대작
이번에 낙찰된 '아이리스'는 모네가 1924년부터 1925년 사이 프랑스 지베르니(Giverny)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가로 180cm, 세로 약 160cm에 이르는 대형 유화로, 정원에 피어난 붓꽃과 주변 식물을 화면 가득 담았다. 녹색의 길게 뻗은 잎과 푸른빛, 보랏빛이 어우러진 화면은 모네가 말년에 집중했던 자연과 빛의 표현을 보여준다.
모네는 1883년 지베르니에 정착한 뒤 정원을 가꾸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수련 연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붓꽃과 버드나무, 장미 등 정원의 다양한 식물도 그의 중요한 소재였다.
특히 말년의 모네는 사물의 윤곽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 색채와 붓질을 통해 자연의 인상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아이리스' 역시 식물의 형태가 화면 전체로 확장되면서 색과 빛, 붓질 자체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경매에 출품된 모네의 '아이리스' 연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소더비가 제시한 사전 추정가는 2천200만~3천만 유로였지만 실제 거래금액은 최고 추정가를 크게 웃돌았다.
슐럼버거 가문이 소장…처음으로 대중 앞에 공개
'아이리스'는 오랜 기간 프랑스 슐럼버거(Schlumberger) 가문의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돼 왔다.
슐럼버거 가문은 석유 탐사 기술과 관련 산업을 통해 성장한 기업가 집안으로, 상당한 규모의 미술품 컬렉션을 형성했다.
이번 작품은 미술품 수집가 잔 슐럼버거(Jeanne Schlumberger, 1889~1983)가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더비의 작품 이력에 따르면 모네가 사망한 뒤 아들 미셸 모네(Michel Monet)에게 상속됐으며, 이후 파리의 화랑주 카티아 그라노프(Katia Granoff)를 거쳐 슐럼버거 컬렉션에 편입됐다.
작품은 오랫동안 파리의 슐럼버거 가문 저택에 걸려 있었으며, 일반 대중에게는 흑백사진을 통해서만 알려져 있었다.
지난 9월 경매를 앞두고 파리에서 공개되면서 관람객들은 작품의 실제 색채와 크기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소더비 측은 작품이 원래의 캔버스에 남아 있으며, 니스칠이나 복원 작업을 거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제작 당시의 물감층과 붓질이 보존돼 있어 모네 말년의 회화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45분간 입찰 경쟁…프랑스 경매시장 새 기록
이번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약 45분간 이어진 입찰 경쟁이었다.
미술시장 전문매체 아트넷(Artnet)에 따르면 '아이리스'를 놓고 6명의 입찰자가 경쟁했으며, 최종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개인 수집가가 작품을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프랑스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의 기존 최고가 기록을 넘어섰다. 아트넷은 종전 기록으로 2010년 파리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천320만 유로에 거래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카리아티드의 머리(Tête de Caryatide)'를 제시했다.
소더비 프랑스의 근현대미술 부문 공동 책임자 토마 봉파르(Thomas Bompard)는 이번 거래가 프랑스 미술품 경매시장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네의 작품은 그동안 뉴욕과 런던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돼 왔다. 이번 낙찰은 작가의 고국인 프랑스에서도 대형 인상주의 작품에 대한 높은 수요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기록은 프랑스에서 열린 경매의 최고가를 의미한다. 모네 작품 전체의 세계 경매 최고가 기록과는 구분해야 한다.
모네 사망 100주년, 말년 작품에 쏠린 관심
이번 경매는 모네 사망 100주년을 맞은 해에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모네는 1926년 12월 5일 지베르니에서 세상을 떠났다. 올해는 그가 사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프랑스에서는 그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전시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리스'가 제작된 1924~1925년은 모네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1~2년 전이다. 이 시기 그는 시력 문제를 겪으면서도 지베르니 정원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작품은 모네가 생애 마지막까지 자연을 관찰하고 색채와 빛의 변화를 탐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한편 이번 슐럼버거 컬렉션 경매에는 모네의 다른 작품들도 출품됐다. '수양버들(Saule Pleureur)'은 약 968만 유로, '베르농의 센강(La Seine à Vernon, Arbres)'은 약 425만 유로, '장미 사이로 보이는 집(La Maison à Travers les Roses)'은 약 255만 유로에 각각 거래됐다.
아트넷에 따르면 이번 슐럼버거 컬렉션 경매의 전체 거래금액은 약 7천440만 유로로, 소더비 파리에서 진행된 미술품 컬렉션 경매 가운데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었던 폴 세잔의 초기 회화 세 점은 프랑스의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운데, 작가의 고향인 엑상프로방스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매에서 제외됐다.
모네의 '아이리스'는 오랫동안 개인 저택에 머물렀던 작품이 대중 앞에 공개된 데 이어 경매 기록까지 새롭게 썼다. 이번 거래는 모네 말년의 작품에 대한 미술시장의 관심과 함께, 개인 소장품으로 보존돼 온 주요 미술품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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