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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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이라는 현대의 전염병으로부터 탈출할 친구를 찾습니다. [사진=Marina Shatskikh]

 

전 미국 공중보건국장 비벡 할레거 머시(Vivek Hallegere Murthy) 박사는 외로움을 ‘현대의 전염병’이라 했고, 실제로 외로움은 수면 장애, 염증, 우울, 불안, 심지어 수명 단축과도 연결된다.

이 외로움은 단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단절이 극심해진 지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마주한 공통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요하지만 깊은 고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속 관계 회복을 위한 사회적 구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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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속 관계 회복을 위해 친구를 사귀는 것 [사진=Adrienn]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게일 잘츠(Gail Saltz) 박사는 "깊은 관계 회복은 시간이 걸리지만, 일상적인 작은 상호작용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커피숍에서 건네는 짧은 인사, 슈퍼마켓에서의 잡담도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사회적 시스템으로 확대하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가 핵심이 된다. 영국에서는 이미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두고 고립 문제 해결에 나섰으며, 지역 도서관과 커뮤니티 센터에서 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간 소통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도 ‘동네 사랑방’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주민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교류할 수 있는 소소한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센터가 행정의 역할을 넘어서 정서적 중심지로 기능해야 할 때이다.
 
둘째, 디지털 연결의 역설, ‘진짜 연결’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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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연결을 넘어 진짜 연결을 회복 [사진= Darrel Und]

 

소셜미디어는 빠르고 편리한 연결 수단이지만, 사람을 더욱 고립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SNS를 통한 관계는 '진짜 나'보다는 '꾸민 나'를 보여주기 쉽고, 이는 비교와 불안, 단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디지털 디톡스’나 ‘SNS 안식일’을 사회적으로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하루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기술 해방일’을 운영 중이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는 기술보다 사람이 우선임을 사회 전반에 걸쳐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자원봉사와 지역 참여의 문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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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를 통한 공동체 체험을 통해 외로움 극복 [사진= Rodolfo Quirós]

 

자원봉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게일 잘츠(Gail Saltz)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하며, 외로움 해소에도 자원봉사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퇴직 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이 많으며, 일부 주에서는 자원봉사 시간을 대학 학자금 보조와 연계하는 정책도 운영 중이다. 


한국도 봉사를 일회성 행사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지역 사회 참여 시간’ 제도화, 혹은 기업의 ‘사회공헌 참여일’ 지정은 일상 속 선한 연결을 확산시킬 수 있다.


넷째. 정신 건강을 일상에서 돌보는 습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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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욕을 통한 정신 건강 치료법 [사진=Japan Endless Discovery]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는다. 잘츠는 “취미, 자연 속 산책, 운동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자가 치유 도구”라고 말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핀란드에서는 ‘산림 치료’가 실제 정신 건강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본 삼림욕의 ‘신린요쿠(森林浴)’도 유사한 개념이다. 산림 치료는 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챙기고 긍정의 힘을 키우는 활동이다. 우리도 정신과 상담만큼이나, ‘걷기 모임’ ‘취미 공유 모임’ 등 건강한 활동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신 건강 상담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시선과 제도 모두 변화해야 한다. 온라인 상담 확대, 지역 정신 건강 센터의 접근성 향상, 청소년·직장인 대상의 예방 중심 프로그램 등이 그 예이다.

외로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조용히, 천천히 스며든다. 그렇기에 예방과 회복의 방식도 일상 속에서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낯선 이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 내가 속한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일, 나부터 친절을 실천하는 일은 작지만 커다란 연결의 시작이다.

외로움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은 거창한 정책만이 아니다. 조금 더 자주 마주 보고 웃고, 마음을 열어주는 문화. 그 작지만 따뜻한 변화들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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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②] 외로움이라는 현대의 전염병,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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