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훈 어르신과 함께한 서울연탄은행의 삼계탕 나눔이 전하는 의미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는 이제 기업의 경영전략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실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S(Social)'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의 연대를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특히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이 곧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ESG 실천이 된다.
지난 10일, 사단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서울연탄은행에서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법인 이사들과 각계 인사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에 나서 보훈 어르신들에게 정성껏 삼계탕을 대접한 것이다. 초복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봉사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 어르신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섬김의 자리였다.
이번 활동은 '더 낮은 곳으로, 코리아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첫 사회공헌 활동으로 시작되었으며, 가장 소외된 이웃을 먼저 찾아가 함께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ESG 활동의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지만 그 피해는 결코 공평하지 않다.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기상은 건강이 약한 노인과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여름철 폭염은 온열질환과 탈수를 유발하고, 겨울철 한파는 난방비 부담과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이며,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겨준다.
이러한 이유로 기후위기 시대의 복지는 단순한 생계지원이 아니라 기후적응 정책의 중요한 축이 된다.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제공하고, 안부를 확인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활동은 기후취약계층의 건강과 삶을 지키는 매우 실질적인 대응이다. 이번 삼계탕 나눔 역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기후복지'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추진하는 ESG 경영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ESG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기후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사회공헌 활동까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가치이며, 기후위기 대응은 결국 사람을 지키는 일에서 완성된다.
무엇보다 이번 봉사의 가장 큰 의미는 '직접 섬김'에 있었다. 이사라는 직함보다 봉사자의 마음으로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삼계탕을 건네고 안부를 묻는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정한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봉사는 물질적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작은 관심과 따뜻한 인사는 어르신들에게는 더없는 위로가 되고, 봉사자들에게는 나눔의 가치를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된다. 특히, 허기복 법인 대표와 정애리 홍보대사께서 어르신들 한분 한분에게 무더운 날씨에 건강히 지내시라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위기의 강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시민사회, 종교단체, 비영리단체, 지역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연탄은행이 오랫동안 이어온 연탄 나눔과 무료급식, 취약계층 돌봄 활동은 이러한 사회적 연대의 소중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SG는 거창한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으로 먼저 다가가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작은 실천이 모일 때 비로소 ESG의 진정한 가치가 구현된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탄소중립만큼이나 사람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첨단기술이나 화려한 정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건네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서 지속가능성은 시작된다.
이번 서울연탄은행의 삼계탕 나눔 봉사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ESG의 방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기후위기의 시대일수록 가장 낮은 곳을 먼저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밝히는 가장 소중한 희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BEST 뉴스
-
[윤재은 칼럼] ‘한 채라도 더’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그 집은 누가 살 수 있는가
▲ 윤재은 국민대 명예교수가 인천 운서동에 설계한 2층 목조 주택으로 총 공사금액 2억원에 건축주가 직접공사해 완공한 60평의 주택이다. 약 30평의 1층은 부모세대가 살고, 약 30평의 2층은 아들 세대가 사는 주택으로 2~3억대로 청년, 신혼부부, 서민들이 거주가능한 한국형 주거 모델...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①] ISO 53001 지속가능발전목표경영시스템 국제표준 공개에 왜 관심이 높을까?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글로벌 원청사의 에코바디스(EcoVadis), 이크래더블 SH평가, RBA 평가 요구가 국내 산업 현장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⑫]엘니뇨가 흔드는 밥상, ESG와 식량안보에서 답을 찾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엘니뇨가 흔드는 밥상, ESG와 식량안보에서 답을 찿다 [사진=Ai, 남재철] 우리는 경제를 이야기할 때 금리와 환율, 유가와 주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도 빼놓을 수 없는 경제 변수가 됐다. 적도 태평양에서...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②] 중소기업, 위험성 평가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강화로 인식해야 한다.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서정태, Ai]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위험성 평가 인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안전보건 관리 책임 강화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5인 이...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사진=남재철, Ai]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한 지역에서 ...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 서울연탄은행 사회공헌 위원회 ‘더 낮은 곳으로, 코리아 커뮤니티’ 봉사자 [사진=서울연탄은행 제공]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이 됐다. 특히 냉방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⑮] 수소에너지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에너지의 도전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㉖ CP 도입의 5대 핵심 가치: 왜 지금 컴플라이언스 엔진을 켜야 하는가
수많은 기업을 방문해 자율준수 프로그램(CP)과 ISO 인증의 필요성을...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②] 중소기업, 위험성 평가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강화로 인식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위험성 평가 인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⑭] 달콤한 초콜릿을 넘어 ESG 가치를 말하다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이렇게 깊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