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습지대에서 수천만 년 전 육상 생태계를 지배했던 무시무시한 포식자의 비밀이 드러났다.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고생물학자들이 최근 차릴로(Chorrillo) 지층에서 새로운 악어형 파충류의 거의 완전한 두개골과 턱뼈를 포함한 골격을 발굴했다.
이 생물은 코스텐수쿠스 아트록스(Kostensuchus atrox)라 명명되었으며 길이 약 3.5미터, 무게 250킬로그램에 달하는 육상·반수생 포식자였다.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 동물이 “최소 70% 이상을 육식으로 충당한 ‘하이퍼카니보어(hypercarnivore)’”였으며 당시 중형 초식 공룡을 사냥할 수 있었던 강력한 존재였다고 분석했다.
화석으로 남은 치아는 뾰족하고 톱니 모양을 띠고 있어 먹이의 살을 찢고 베는 데 특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이 특징이 K. atrox(코스텐수쿠스 아트록스(Kostensuchus atrox)라는 신종 악어형 파충류의 학명)가 “공룡은 물론 다른 파충류와 양서류까지 잡아먹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눈과 콧구멍이 두개골의 측면과 전방에 위치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현대 악어처럼 물에 잠겨 잠복 사냥을 하기보다 육지에서 직립 보행하며 사냥을 했음을 암시한다. 엘 파이스(El País)는 이를 두고 “K. atrox는 오늘날 악어보다 사자에 더 가까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발견은 페이로사우루스과(peirosaurid)의 분포 범위를 크게 넓히는 의미도 지닌다. 지금까지 이 그룹은 브라질이나 북부 파타고니아의 건조하고 더운 기후에서만 발견됐으나 이번 화석은 온대 습윤 환경에서도 서식했음을 보여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이를 “고대 남미 생태계에서 악어형 파충류가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영역을 차지했음을 증명하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K. atrox는 결국 백악기 말의 대멸종을 넘기지 못했다. 네이처(Nature)는 “거대한 체구와 고도의 육식성은 생태계 지배에 유리했지만, 대멸종 시기에는 오히려 취약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크기가 작고 잡식성이었던 다른 악어 무리들은 살아남아 오늘날 악어의 조상이 되었다.
연구팀은 향후 치아의 동위원소 분석과 뼈 조직 검사를 통해 K. atrox의 식습관, 성장 속도, 나이에 대한 더 많은 단서를 찾을 계획이다. 주저자인 페르난도 노바스 박사는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화석은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고대 생태계 속 악어목 진화사를 다시 써 내려갈 기회를 제공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비밀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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