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유카탄 북부 해안에 자리한 작은 공동체, 에히도 산 크리산토(Ejido San Crisanto)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맹그로브 숲 복원과 연안 생태계 보호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지속가능 발전 모델을 만들어 왔다.
이들의 꾸준한 노력은 지역을 넘어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2023년에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보편적 권리’를 옹호하는 글로벌 연대(Global Coalition for the Right to a Healthy Environment)의 핵심 회원으로 참여하며 유엔 인권상 수상이라는 영예로 이어졌다.
산 크리산토의 이야기는 단순한 환경 보전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주민들은 자치적 토지관리 제도(에히도)를 활용해 보전지역을 지정하고 수로 복원과 맹그로브 재생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침수와 홍수 위험을 줄이고 어류 서식지를 회복했으며 약 1,020헥타르 규모의 보호 구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동시에 ‘산 크리산토 재단(Fundación San Crisanto)’을 설립해 생태 복원, 교육, 생태관광을 연결하며 지역 주민들의 생계 다변화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활동은 곧 생활의 기반을 지키는 일이었다. 깨끗한 물, 안전한 거주지, 안정적인 생계는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권리이며 산 크리산토의 복원 노력은 ‘건강한 환경’이 곧 인권임을 증명하는 자구적 실천이었다. 국제사회가 이 공동체를 주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과정을 이끈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호세 이네스 로리아 팔마(José Inés Loría Palma)다. 그는 재단을 설립하고 주민들과 함께 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공동체의 역량을 키웠다.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산 크리산토를 대표해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그의 리더십은 단순한 사업 운영을 넘어 국제기구·정부와의 협력, 토지 사용 계획,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 등 지역 발전을 위한 종합적 비전을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산 크리산토는 이미 2010년 UNDP의 에콰터(Equator) 프라이즈를 수상하며 국제적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이들의 경험은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 운동의 실질적 증거로 작용했고 2023년 유엔 인권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맹그로브 보전은 ‘블루 카본’ 프로젝트로 등록되어 기후변화 대응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에히도 산 크리산토의 여정은 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영웅담으로 축소될 수 없다. 그것은 공동체 전체가 ‘공동의 자원’을 지키고,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며, 나아가 인권의 보편적 의제에 기여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산 크리산토가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환경 보전은 곧 인권 수호이며, 주민 스스로가 주체로 나설 때 지속가능성과 정의는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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