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형태의 청정 에너지 개발을 위한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퍼보 에너지(Fervo Energy)는 지난 봄 단 16일 만에 약 4.8km 깊이의 시추공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곳의 암반은 화씨 500도(섭씨 약 270도 이상)에 달하는 뜨거운 지열을 품고 있으며, 이는 향후 발전용 열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화석연료 채굴이 아닌, ‘강화 지열(Enhanced Geothermal Systems, EGS)’이라는 차세대 지열 기술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열 저장소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열 발전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이용해 온 에너지원이다. 고대에는 목욕과 요리에 활용되었고 오늘날에는 난방과 전력 생산에 쓰인다. 하지만 기존의 지열 발전은 천연적으로 뜨거운 물이나 증기가 모여 있는 특수한 지질 조건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세계 전력 수요의 1% 미만만을 충족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강화 지열 기술은 지하 암석을 인위적으로 파쇄하고 물을 주입해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 어디에서나 지열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세계 전력 수요의 140배를 공급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퍼보 에너지가 진행 중인 유타 케이프 스테이션(Cape Station) 프로젝트는 이러한 기술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회사는 시추 기술을 석유·가스 산업에서 활용하던 장비와 경험을 토대로 발전시켰다. 최근 들어 시추 속도는 대폭 빨라졌고 우물 하나를 뚫는 데 드는 비용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퍼보는 2026년까지 100MW 규모의 발전을 시작하고 이후 400MW 이상을 추가해 37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구글 등 주요 기업과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형 전력회사와도 전력 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이 기술의 확산에는 여러 난관이 따른다. 먼저, 고압 유체를 암반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국 포항에서 발생한 사례처럼 예기치 못한 지진은 지역사회와 산업 전반에 큰 불신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시추 비용, 고온·고압 환경에서의 장비 내구성, 물 사용 문제 등 기술적·경제적 과제도 여전히 크다.
캐나다의 이버(Eavor)처럼 프래킹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나, 미국 콰이즈(Quaise)처럼 지구 더 깊은 곳의 초고온 열을 활용하려는 도전적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 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열 에너지는 다른 청정에너지와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날씨에 의존하는 반면, 지열은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저부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친환경성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양쪽 정치 진영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드문 에너지 형태로 평가받으며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석유·가스 산업의 인력과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는 아직 상용화까지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신중하게 본다. 그러나 퍼보의 실적처럼 시추 비용과 시간이 빠르게 줄어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상업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인류는 지구 내부의 열만으로도 수십억 년 동안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