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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되돌릴 수 없는 문턱을 넘다... 기후 전환점이 보여주는 인류의 불안한 미래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0.1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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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전환점이 보여주는 인류의 불안한 미래 [사진=Francesco Ungaro+Markus Distelrath,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지구는 이제 기후 변화의 첫 번째 전환점을 넘어섰다. 최근 전 세계 160명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글로벌 티핑 포인트(Global Tipping Points)’ 보고서는 인류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 첫 번째 신호는 다름 아닌 바다의 심장, 산호초의 대규모 붕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지구 해양의 온도는 기록적으로 상승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산호초의 약 80% 이상이 백화(bleaching) 현상을 겪고 있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산호는 공생하는 조류를 잃고 하얗게 변한 채 생명을 잃는다. 한때 다채로운 생명으로 가득하던 바다는 이제 흰 잔해로 뒤덮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산호초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었다고 분석하며, “지구 온난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광대한 산호초는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호초의 붕괴는 단순한 생태적 손실을 넘어선다. 산호는 해양 생태계의 근간이며, 수많은 해양 생물이 그 안에서 살아간다. 또한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산호초 어업과 관광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더불어 산호초는 거대한 천연 방파제로서 연안을 파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해왔다. 결국 산호의 죽음은 인간의 생계, 식량,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한 가지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아마존 열대우림, 극지방 빙상, 그리고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과 같은 핵심 지구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은 과도한 벌목과 산불, 가뭄으로 인해 점점 더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배출하는 ‘탄소원’으로 바뀌고 있다. 빙상은 해체 속도를 높이며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하고, 북대서양의 주요 해류는 약화되면서 유럽의 기후 패턴에 극단적인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후 전환점’이라고 부른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 상승이 일어나면 자연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면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이 약 1.3도 상승했으며, 이는 이미 여러 생태계가 임계점을 넘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1.5도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더 큰 파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팀 렌튼 교수는 “우리는 지금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세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수석 과학 고문 마이크 배럿 역시 “이 상황은 지구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아마존, 빙상, 주요 해류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현재의 국제 정책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슬로 대학교의 만자나 밀코레이트 연구원은 “지금의 협정들은 점진적인 변화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며, “돌이킬 수 없고 상호 연결된 변화에는 대응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각국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보고서는 태양광 발전, 전기차, 배터리, 히트펌프 등 청정 기술의 급격한 확산을 긍정적인 전환점으로 제시한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화석연료보다 재생 에너지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선택이 되고 있으며, 일단 이러한 기술이 확산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의 가속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보고서는 내달 브라질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COP30)을 앞두고 공개됐다. 각국은 향후 10년간의 탄소 감축 목표를 새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는 지금 ‘새로운 현실’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호초의 백화, 빙상의 해체, 우림의 황폐화는 모두 인류가 만들어낸 변화의 결과이며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경고다. 인류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는 행성이 아닐 수도 있다.


기후 변화는 자연의 경고이자, 인류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가.”

그 답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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