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경제 중심지 아비장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6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며 매년 18만 명 이상이 새로 유입되는 이 도시는 매일 약 2,500톤에 달하는 유기 폐기물을 쏟아냈다. 도시 시장 밖에는 파인애플 껍질과 수박 잔해, 썩은 토마토, 바나나 껍질, 시든 상추 잎이 산더미처럼 쌓여 태양 아래에서 부패했다. 악취가 퍼지고 설치류가 들끓자 시 당국은 급증하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때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주목했다. FAO의 바이오경제 전문가 이사벨 알비넬리는 “이 폐기물 속에 가치가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비장의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시와 도시 근교의 농부들은 값비싼 수입 비료에 의존하고 있었고, 이는 곧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해결책은 분명했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농업의 자원으로 바꾸어 도시의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에서 포크까지’라는 프로젝트로 구체화되었다. FAO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여 농업 회복력을 높이고 식량 안보와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놀랍게도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작은 곤충, 검은 병파리(Black Soldier Fly, Hermetia illucens)가 있었다.
검은 병파리는 말벌처럼 생겼지만 해를 끼치지 않는 곤충으로 수천 개의 알을 낳고 유충 시기에는 엄청난 양의 유기 폐기물을 먹어치운다. 프로젝트 팀은 파리를 인공적으로 번식시키고 알에서 부화한 유충에게 시장에서 나온 썩은 과일과 채소를 먹였다. 유충은 불과 2주 만에 알보다 1만 배 가까이 성장했고, 그 후 말려서 가축 사료나 양식용 분말 식품으로 가공되었다.
이 과정에서 남은 배설물은 천연 유기 비료로 사용됐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비료가 수입 비료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났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죽은 파리 유충을 사료로 쓴다”는 생각에 농부들이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비료의 품질을 확인한 뒤에는 오히려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현지 농부들은 비료비를 절감했고 농산물 생산성도 향상되었다.
프로젝트는 FAO의 ‘ELEVATE’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었으며 정부와 현지 스타트업 그리고 아비장 순환경제연구소가 함께 참여했다. 특히 여성과 청년 농부들에게 파리 사육과 유기 비료 생산 기술을 교육하며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했다. 아비장 북부 아보보 지역에는 하루 1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병파리 농장이 세워졌고 약 100kg의 건조 유충과 200kg의 유기 비료를 생산하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쓰레기 → 곤충 → 비료와 사료’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유기 폐기물은 줄었고,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으며, 지역 농업은 비용 부담을 덜었다. 빈센트 마틴 FAO 혁신국 국장은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와 지역 경제 강화, 식량 안보를 동시에 실현하는 진정한 혁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아비장을 넘어 다른 아프리카 도시들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이제 이 모델을 틸라피아 양식업에도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병파리 유충을 어분 대체재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내 순환 경제를 강화할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아비장의 사례는 단순한 환경 정화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쓰레기를 농업의 자원으로 바꾸고 지역사회의 인식과 경제 구조를 동시에 전환한 혁신적 실험이다. 작은 곤충이 거대한 도시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BioDAF 프로젝트는 ‘버려진 것에서 생명을 되살리는’ 순환의 힘을 보여주며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가능성을 세계에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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