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COP30이 열린 브라질 벨렘에서 UNEP는 『글로벌 냉각 감시(Global Cooling Watch)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폭염의 심화와 냉방 수요 증가 그리고 냉방 접근성의 극심한 불평등을 다루며 단순한 경고를 넘어 “지속 가능한 냉방”이라는 새로운 전환의 틀을 제시한다. UNEP는 냉방이 더 이상 사치품이나 편의성이 아니라 물과 에너지 그리고 위생과 같은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증가와 도시화, 경제성장의 가속 그리고 더욱 빈번해지고 극심해지는 폭염으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냉방 수요는 2022년의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의 방식대로라면 냉방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2050년 72억 톤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냉방 접근성이 확대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오염을 유발하는 냉방에 대한 의존을 높일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에너지 효율 개선, 고온난화 냉매(HFCs)의 단계적 축소와 전력망 강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러한 추세는 반전되기 어렵다.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는 언제나 ‘더위’가 있다. 폭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기후 위험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특히 도시 지역은 열섬현상으로 주변보다 온도가 5~10°C까지 높아지며 냉방은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막 역할을 한다.
교육, 의료, 식품 보존, 생산 활동 등 사회 전반이 냉방에 의존하기 때문에 UNEP는 냉방을 생태계·경제·복지 모두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적절한 냉방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이 수는 2050년까지 세 배로 증가할 수 있다.
UNEP는 냉방의 문제를 단순히 “더 많은 에어컨 보급”으로 해석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극심한 폭염에 적응하기 위해 냉방이 필수적이지만 냉방 자체가 막대한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응과 완화(배출 감축)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즉, 에어컨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더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기후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해법으로 ‘지속 가능한 냉방 경로(Sustainable Cooling Pathway)’를 제안한다. 여기에는 건물의 단열·그늘·자연 환기·도시 녹지 같은 패시브 냉방, 선풍기·증발식 냉방·하이브리드 냉방 등 저에너지 솔루션, 고효율 냉방기기 도입, HFC 냉매의 빠른 단계적 축소가 포함된다.
이 경로를 따른다면 2050년 냉방 관련 배출을 예상치 대비 64% 줄일 수 있으며,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병행하면 그 배출량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배출 감축의 65%가 건물과 도시 차원의 패시브 및 저에너지 냉방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냉방 경로는 형평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저소득층 가구는 에어컨을 갖추지 못한 비율이 높고 가장 많은 열 위험에 노출된다. 2050년에도 약 8억 가구가 적절한 냉방을 갖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비용·저에너지·네이처 기반 냉방 솔루션의 보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패시브 냉방은 실내 온도를 최대 8°C까지 낮출 수 있으며 설치 비용 대비 투자 회수 기간도 짧다는 점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이다.
정책적으로도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 134개국이 냉방을 국가 기후 계획(NDC, NAP 등)에 포함했지만 지속 가능한 냉방 경로에 필요한 세 가지 정책 축인 패시브 냉방을 의무화한 건물 기준, 최소에너지성능기준(MEPS), 고온난화 냉매 규제를 모두 갖춘 국가는 54개국에 불과하다. 많은 나라가 여전히 패시브 냉방 기준을 건축법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그늘(Shading)’ 의무 기준은 전 세계에서 단 19개국만 시행하고 있다.
폭염이 ‘일시적 재난’이 아니라 ‘상시적 재난’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냉방 정책도 응급 대응을 넘어 도시·건축·전력·보건 정책과 결합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의 나무와 물, 반사 지붕, 그늘 조성 등은 지역 온도를 10~25% 낮추고 에어컨 수요 자체를 줄이며 저소득 지역의 기후 불평등도 줄인다. COP30에서 발족한 ‘더위를 이겨내세요(Beat the Heat)’ 프로그램은 이러한 변화를 지역 단위로 추진하기 위한 글로벌 실행 운동이다.
결국 『글로벌 냉각 감시 2025』는 하나의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는 에어컨만으로 더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냉방은 생존과 건강, 식량 시스템, 도시의 기능과 직결되는 필수 인프라이며 동시에 배출을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냉방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 전반에 제공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기후 정책과 도시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UNEP가 제시하는 선택지는 명확하다. 냉방을 공공재로 보고, 패시브·저에너지·고효율·저탄소 냉방으로 전환하며 도시·건축·전력·사회복지 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 그 전환의 분기점이며 이를 놓친다면 2050년의 지구는 ‘폭염 + 배출 폭증’이라는 이중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반대로 지금 행동한다면 냉방은 기후 대응의 약점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자 녹색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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