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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되살아나는 도시의 혈관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5.12.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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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코치, 역사적 운하 복원으로 ‘자연 기반 해법’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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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서해안의 항구 도시 코치(Kochi) [사진=viacation]

 

인도 서해안의 항구 도시 코치(Kochi)는 한때 ‘아라비아해의 여왕’으로 불리며 촘촘한 운하와 수로망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였다. 강과 개울, 운하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교통로이자 생활용수 공급원, 그리고 몬순 폭우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자연 배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급속한 도시화는 이 도시의 혈관을 막아버렸다. 건물과 교량이 수로를 잠식했고, 하수와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유입되면서 운하는 오염되고 정체됐다. 한때 물고기와 새로 가득하던 수로에는 침입 식물과 모기가 자리를 대신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언론들은 코치가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 해안 도시라고 지적한다. 해수면 상승, 강해진 몬순, 잦아진 조수 범람으로 약 6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전반에 대규모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운하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방어선”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코치 시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손을 잡고 대대적인 운하 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핵심 대상은 도심 업무지구와 고밀도 주거지역을 가로지르는 약 10km 길이의 테바라–페란두르(TP) 운하다.


UNEP 기후변화 부서의 미레이 아탈라 국장은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코치의 정체된 운하들은 기후 변화, 자연 손실, 오염이라는 우리 시대의 세 가지 환경 위기를 모두 상징한다”며 “이를 되살리는 일은 도시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더 안전한 미래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정비 사업이 아니라, UNEP가 전 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Generation Restoration Cities’(세대 복원 도시)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자연을 훼손하는 대신, 자연을 도시 인프라로 복원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자는 접근이다.


홍수 대응부터 폭염 완화까지… ‘자연 기반 솔루션’


해외 보도에 따르면, 운하 복원이 가져올 효과는 다층적이다. 우선, 막힌 수로를 복원하면 강해진 몬순으로 발생하는 과잉 강우를 도시 밖으로 신속히 배출할 수 있어 홍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운하 주변에 나무와 습지를 조성하면, 극심한 폭염을 완화하는 ‘녹색 통로’ 역할도 기대된다.


코치의 유산·환경·개발 센터(CHED) 소장 라잔 체담바트는 “재생된 운하망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시민 자부심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과거의 기억을 미래의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는 시민 참여에 공을 들였다.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열린 사진전과 학생 대상 그림·에세이 공모전은 운하가 도시의 일상이던 시절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 대부분은 “물이 깨끗해진다면 다시 운하에서 수영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잊힌 기억에서 정책으로”


노년층 주민들은 이 운하가 한때 요리와 세탁에 쓰이던 맑은 물의 원천이었고, ‘반치’라 불린 전통 배가 오가며 도시 전역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던 공간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현재 일부 구간의 폭은 과거의 4분의 1 수준인 15미터로 줄어들 만큼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계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염 감축과 준설처럼 공감대가 높은 조치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제방 확장과 수로 재연결, 생물다양성 회복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는 UNEP가 개발한 공간 계획 도구가 활용돼 환경·인구·기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코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언론들은 코치의 사례를 전 세계 도시가 직면한 공통 과제의 축소판으로 본다. 방글라데시 시라즈간지에서는 카트칼리 운하를 중심으로 ‘그린 코리더’ 조성이 추진 중이고, 케냐 키수무에서는 아우지 강 복원을 통해 오염 저감과 생태계 회복, 지역사회 교육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들 모두 UNEP가 지원하는 자연 기반 해결책 사례다.


아탈라 국장은 “코치가 보여주는 가장 큰 교훈은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점, 그리고 도시 수로를 되살리는 데는 결코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런 노력은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 코치의 오래된 운하는 이제 과거의 유산을 넘어 미래를 지키는 방어선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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