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지역은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곳이다. 극심한 고온과 가뭄, 에너지 인프라는 이 지역의 일상을 위협하는 상수가 되었다. 니제르 태생의 건축가 마리암 이수푸(Mariam Issoufou)는 바로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그 질문에 실천으로 답해온 인물이다. 현재 니제르와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역 자재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기후 변화에 강한 건축 모델을 제시하며 사헬 전역의 건축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수푸의 건축 철학은 단순한 친환경 설계를 넘어선다. 그는 지속 가능성은 기술 이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지식의 재발견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프로젝트들은 콘크리트와 에어컨에 의존하는 글로벌 표준 대신, 흙, 바람, 그늘, 공기 흐름과 같은 지역의 자연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접근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실내 환경의 쾌적함을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니제르 히크마 커뮤니티 콤플렉스는 이수푸의 건축적 비전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생산한 압축 흙 벽돌과 두꺼운 벽체, 정교한 환기 구조를 통해 외부 기온이 45도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실내 온도를 최대 10도까지 낮춘다. 별도의 냉방 장치 없이도 가능한 이 수동적 자연 냉방 기술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사헬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이 공간은 교육과 문화,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국제사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유엔환경계획 UNEP은 이수푸를 챔피언스 오브 디 어스 기업가적 비전 부문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건축적 해법을 지역적 맥락 속에서 구현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UNEP은 특히 그의 건축이 에너지 효율과 탄소 저감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과 자립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 측면에서 이수푸의 작업은 분명하다. 지역 자재를 활용함으로써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냉방을 위한 전력 사용을 최소화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그의 건축은 지역 장인과 기술자, 노동자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이는 단기적 고용 창출을 넘어 지역 건축 기술의 계승과 역량 강화를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건축물을 제공함으로써 외부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
거버넌스와 혁신의 관점에서 이수푸는 지식 공유와 교육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건축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사헬 지역의 건축 사례를 글로벌 건축 담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의 프로젝트들이 국제 전시와 연구 자료로 소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헬의 전통 건축이 더 이상 낙후된 방식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를 위한 미래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건축과 건설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기후 대응의 핵심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리암 이수푸의 작업은 기술 중심의 해법이 아닌 문화, 환경, 사회의 통합적 접근이 얼마나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건축은 단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기후 변화 속에서도 존엄한 삶이 가능한 환경을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마리암 이수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헬의 태양 아래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의 과거가 미래를 구할 수 있다면? 그의 건축은 그 질문에 대한 조용하지만 단단한 대답이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⑮] 수소에너지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에너지의 도전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㉖ CP 도입의 5대 핵심 가치: 왜 지금 컴플라이언스 엔진을 켜야 하는가
수많은 기업을 방문해 자율준수 프로그램(CP)과 ISO 인증의 필요성을...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②] 중소기업, 위험성 평가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강화로 인식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위험성 평가 인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⑭] 달콤한 초콜릿을 넘어 ESG 가치를 말하다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이렇게 깊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