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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 해협서 124척 난파선 발견…2,500년 해상 교통의 흔적 드러나다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4.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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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롤터 해협서 124척 난파선 조사 현장에서 한척의 나판선을 조사 하고 있다. [사진=펠리페 세레소 안드레오]

 

유럽과 아프리카를 가르는 지브롤터 해협 인근 해역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해상 교통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대규모 수중 고고학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스페인 카디스대학교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알헤시라스 만 일대를 조사한 결과, 총 151개의 수중 유적과 124척의 난파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헤라클레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관련 학술지와 연구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발견된 난파선은 기원전 5세기 포에니 문명 시기부터 로마, 중세, 근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오래된 난파선은 기원전 5세기경으로 추정되며, 당시 스페인 남부 카디스 지역에서 생산된 어간장을 싣고 항해하던 선박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19세기 나폴레옹 전쟁과 관련된 난파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군사 장비의 흔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해군이 운용했던 소형 잠수정 ‘마이알레’의 잔해 역시 이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브롤터 해협이 단순한 해상 통로를 넘어 군사적 충돌과 교역이 집중된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카디스대학교의 펠리페 세레소 안드레오 교수는 지브롤터 해협의 구조를 오늘날의 호르무즈 해협에 비유하며,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는 대부분의 선박은 반드시 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선박들은 기상 상황에 따라 알헤시라스 만에 정박해 항해 조건이 나아지기를 기다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오랜 기간 해상 교통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반복적인 난파 사고가 발생하는 배경으로 작용해 왔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다중빔 음향측심기와 자력계 등 지구물리학적 탐사 기술을 활용해 해저 지형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통해 해저를 3차원으로 매핑하고, 퇴적물 아래에 묻힌 구조물과 금속성 물체의 이상 신호를 식별한 뒤 잠수 조사를 통해 실제 유적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 이전까지 해당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중 유적은 4곳에 불과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그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한편 연구진은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해류와 퇴적물의 이동이 달라지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난파선이 드러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는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의 계기가 되는 동시에, 해저 유적의 훼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형 선박의 운항과 항만 활동은 수중 문화유산의 보존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 조사된 유적은 전체의 약 24% 수준에 그치며, 조사 수심 역시 약 10미터 내외의 얕은 구간에 한정돼 있다. 알헤시라스 만의 최대 수심이 약 400미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더 깊은 해역에서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적이 발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각 난파선에 대한 정밀 분석과 함께 심해 탐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안드레오 교수는 “수중 유산은 과거 해상 교통과 무역, 기술, 그리고 인간 이동의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디지털화해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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