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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등에 업혀 다니던 아기곰, 20년 뒤 ‘팻 베어’ 왕관 썼다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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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래스카 카트마이 89번 불곰 ‘백팩’, 2026 팻 베어 위크 우승
  • 어린 시절 다리 다쳐 어미 등에 올라 이동, 엄마 ‘홀리’도 2019년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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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알래스카 카트마이 국립공원·보호구역의 89번 불곰 ‘백팩(Backpack)’. 백팩은 2026년 ‘팻 베어 위크’ 챔피언에 올랐다. 어린 시절 다리를 다친 뒤 어미 ‘홀리’의 등에 올라타 이동하는 모습에서 ‘백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진=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공식 X]

 

어린 시절 다리를 다쳐 어미 등에 올라타곤 했던 아기곰이 어느덧 거대한 불곰으로 성장해 ‘팻 베어 위크(Fat Bear Week)’의 왕관을 차지했다. 이름은 89번 불곰 ‘백팩(Backpack)’. 흥미롭게도 그의 어미 역시 7년 전 같은 대회의 우승자였다.

 

미국 내무부(U.S. Department of the Interior)는 9월 30일(현지시간) 공식 X 계정을 통해 알래스카 카트마이 국립공원·보호구역(Katmai National Park and Preserve)에 사는 백팩이 ‘2026 팻 베어 위크’ 챔피언에 올랐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게시물을 “He got it from his mama(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라는 재치 있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백팩의 어미인 435번 불곰 ‘홀리(Holly)’ 역시 2019년 팻 베어 위크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올해 결승에서 백팩은 암컷 910번과 맞붙었다. AP에 따르면 백팩은 10만 표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접전 끝에 우승했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겨울을 앞두고 가장 성공적으로 몸집을 불린 곰으로 백팩을 선택한 것이다.

‘백팩’이라는 이름에는 어린 시절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백팩은 새끼였을 당시 앞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제대로 걷기 어려웠던 새끼를 어미 홀리가 돌봤고, 백팩이 어미의 등에 올라타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마치 배낭처럼 어미 등에 올라탄 모습에서 ‘Backpa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친 다리는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회복됐다.

 

어미 홀리는 카트마이에서 오랫동안 관찰돼 온 불곰이다. 여러 차례 새끼를 키워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9년 팻 베어 위크에서는 챔피언에 올랐다. 미국 내무부는 홀리를 ‘Duchess of Density’라고 표현하면서 “이제 작은 백팩도 자신의 왕관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백팩의 우승이 특별한 것은 몸집 때문만은 아니다. ‘팻 베어 위크’에서 곰이 얼마나 살이 쪘는지는 긴 겨울을 살아남을 준비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카트마이의 불곰들은 여름과 초가을 브룩스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집중적으로 먹으며 지방을 축적한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잠 기간에는 이렇게 몸에 저장해 둔 지방으로 버틴다.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큰 불곰은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 상당한 체중을 늘리며 겨울잠을 지나는 동안에는 몸무게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

 

2014년 시작된 팻 베어 위크도 이런 불곰의 생존 방식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가장 뚱뚱해 보이는 곰을 고르는 행사가 아니라, 여름 동안 곰들이 어떻게 먹이를 확보하고 겨울을 준비하는지 살펴보는 일종의 생태 프로그램이다.

2026년 행사는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후보에 오른 불곰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하고, 전 세계 시민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챔피언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주목받는 것은 곰만이 아니다. 카트마이의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와 이를 먹고 살아가는 불곰, 그리고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자연환경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청이 팻 베어 위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곰에게 충분한 지방은 단순한 ‘비만’이 아니라 겨울을 살아내기 위한 생존의 조건이다.

 

어미 등에 몸을 맡겨야 했던 작은 새끼곰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카트마이를 대표하는 거대한 불곰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9년 어미 홀리가 차지했던 왕관을 2026년에는 아들 백팩이 이어받았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

 

미국 내무부가 백팩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남긴 짧은 한마디에는 이 특별한 모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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