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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秦雯)의 인공지능 시대의 시각권력 ㉒] 디지털화에서 지능화로: 문화유산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 진문 秦雯
  • 입력 2026.10.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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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화에서 지능화로: 문화유산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사진=GPT 생성이미지]

 

지난 수십 년 동안 디지털 기술은 문화유산의 보존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자료가 스캔과 촬영, 기록화 작업을 거쳐 디지털 자원으로 축적되었다. 이제는 현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디지털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문화유산을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디지털 자료가 많다고 해서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와 문헌, 데이터와 연구 성과가 늘어날수록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자료 간 연관성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은 문화유산 관리와 활용의 패러다임을 ‘디지털화’에서 ‘지능화’의 단계로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핵심은 전환과 보존이다. 현실의 문화유산을 저장·복제·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것이다. 반면 지능화는 식별과 연계, 분석에 무게를 둔다.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쌓아 두는 데 그치지 않고, 방대한 정보에서 특징과 관계를 찾아 새로운 이해의 경로를 제시한다.


따라서 지능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더하는 일이 아니다. 지식이 조직되고 활용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다. 기존의 디지털 자료는 소장 기관이나 시대, 유형에 따라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AI는 기관별 자료의 정리와 표준화를 돕고, 데이터 속에 가려진 관계를 발견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흩어진 문화유산 정보가 지속적으로 갱신할 수 있는 지식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관련 기관의 업무 방식도 바꾼다. 자료 정리와 검색, 연구 분석, 대중 서비스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는 판단과 해석에 더욱 집중하고, 대중은 보다 명확한 경로를 통해 문화유산 관련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기술의 역할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정리와 전달을 돕는 데 있다.


한편 지능화에는 새로운 책임도 따른다. AI의 판단은 기존 데이터에 의존한다. 자료가 부족하거나 분류 및 기록 기준에 편향이 있다면,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존의 한계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속도와 규모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의 출처 관리, 지식 표준의 정립, 전문가 검토와 장기적인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을 수집하고, 어떻게 분류하며, 누가 해석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디지털화가 “문화유산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답한다면, 지능화는 “남겨진 자료에서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묻는다. 전자가 디지털 기반을 마련했다면, 후자는 문화유산에 관한 지식이 조직되고 활용되는 방식을 재편한다. 중요한 것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과거를 해석하는 일이 아니다. 기술을 통해 과거를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문화유산이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진문/秦雯/ QIN WEN


진문(秦雯)은 중국 루쉰미술학원을 졸업하고 예술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각디자인과 시각문화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재학 기간 동안 중국 예술대학의 인공지능 및 디지털 활용 커리큘럼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KCI에 게재하는 등 학문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한국이에스지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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