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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 도시는 커지는데 상가는 비어간다…누구를 위한 도시개발인가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10.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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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 13.36%, 5년 전보다 상승한 지역 17개 시도 중 16곳
  • 지난해 폐업 사업자 97만 6천 개, 소상공인 주요 업종 폐업률 11.08%
  • 상업시설 공급과 소비 위축, 임대료 부담이 맞물린 지역상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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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로 인한 임대를 기다리는 상가의 모습 [사진=ESG코리아뉴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새로운 복합상업시설이 들어서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곳마다 상가 건물이 함께 늘어난다. 도시의 외형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편리해지는 듯하지만,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건물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고, 한때 손님들로 북적이던 점포에는 불이 꺼져 있다. 새롭게 문을 연 가게 옆에서 또 다른 가게가 폐업을 준비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체감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13.36%로, 2021년 1분기 11.96%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울산을 제외한 16곳에서 공실률이 높아졌으며, 2024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2026년 2분기 기준 세종의 일반상가 공실률은 22.79%에 달했고, 대구 17.84%, 충북 17.43%, 경북 16.66%, 광주 16.50% 등 여러 지역에서 높은 공실률이 나타났다. 특히 세종은 2021년 1분기보다 공실률이 7.23%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공실률은 모든 건물의 빈 점포 수를 단순히 세는 수치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표본의 전체 임대 가능 면적 가운데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면적의 비율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통계는 빈 상가 문제가 일부 낙후된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가가 비어가는 현실은 자영업자의 경영난과도 맞닿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폐업 사업자 수는 97만 6천 개에 달했다. 전년의 100만 8천 개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한 해 동안 약 100만 개의 사업자가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제조업과 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사업자 평균 폐업률인 8.64%를 웃돌았다. 폐업 사업자 가운데 사업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은 비중도 2023년 48.9%에서 2024년 50.2%, 2025년 50.4%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1년 이내 폐업을 경험하고 정부 지원제도를 이용한 소상공인 1,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9%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는 고객 감소가 62.5%로 가장 많았고, 원재료비 상승 29.4%, 인건비 상승 28.8%, 임대료·관리비 등 고정비 상승 24.9%가 뒤를 이었다.


이 수치들은 자영업의 어려움이 어느 한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줄어드는데 원가와 인건비는 오르고, 매출과 관계없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와 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자영업자에게 임대료는 가장 현실적인 부담 가운데 하나다.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시설과 집기 구입비가 필요하다. 영업을 시작한 뒤에도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공과금 등은 매달 지출해야 한다. 손님이 줄었다고 해서 이러한 비용이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새롭게 개발된 상업지역에서는 높은 분양가와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가 임대료에 반영되기 쉽다. 상권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소상공인은 영업 초기부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기대했던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거나, 결국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폐업 역시 적지 않은 비용을 남긴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 폐업을 결심할 당시 부채를 보유하고 있던 소상공인은 68.5%였으며, 이들의 평균 부채는 8,531만 원에 달했다. 폐업 과정에 들어간 평균 비용도 1,286만 원으로 나타났다. 점포 철거와 원상회복, 임대료 미납액, 종업원 퇴직금 등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가게 문을 닫는다고 해서 모든 부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을 시작하며 투입한 자금에 폐업 비용과 남은 부채까지 더해져 이후의 생계와 재취업, 재창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여기에 상업시설의 지속적인 공급과 업종 간 경쟁이 더해진다. 새로운 주거단지와 업무시설이 들어서면 주변에 상가가 조성되고, 그 안에는 카페와 음식점, 편의점, 미용실 등 비슷한 업종이 반복적으로 입점한다. 문제는 상가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역 주민의 소비 여력까지 그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정된 소비 수요를 더 많은 점포가 나누게 되면 개별 사업자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규 상권의 형성이 기존 상권의 고객을 이동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시개발을 통해 새로운 상업공간이 만들어졌지만, 지역 전체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상권 간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상가 공실 증가를 무조건 과잉 공급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지역별 인구 변화와 소비 여건, 온라인 쇼핑 확대, 배달 서비스의 일상화 등 소비 방식의 변화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실제 수요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상업시설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도시개발의 방향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도시의 발전을 새로운 건물이 얼마나 많이 들어섰는지, 부동산 가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상업시설이 얼마나 현대적으로 조성됐는지에 따라 평가해 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건물이 완공됐다는 사실만으로 도시개발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이 충분한지, 입점한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 주변의 기존 상권과 조화를 이루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상업시설은 분양이 완료되는 순간 역할을 다하는 부동산 상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경제와 주민의 일상을 지탱해야 하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빈 상가가 늘어나면 건물주도 임대수익을 얻기 어려워진다. 장기간 공실이 지속되면 건물 관리와 유지에도 부담이 커지고, 주변 상권의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 거리에 불이 꺼진 점포가 많아질수록 보행자의 발길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남아 있는 가게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상가 공실은 임차인만의 문제도, 건물주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역의 일자리와 생활 서비스, 주민들의 교류 공간이 함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다.


이제 도시개발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상업시설을 얼마나 공급했는가보다 이미 조성된 상권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가를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개발과 상업시설 조성 과정에서 인구와 소비 수요, 유동인구, 기존 상권의 상황 등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규 상가의 공급 규모가 지역의 실제 수요에 적합한지 검토하고, 장기간 공실이 발생하는 지역에는 상권 회복과 공간 활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임대료에 대한 접근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건물주에게는 대출이자와 세금, 유지관리비 등 현실적인 부담이 있고, 임대료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모든 건물에 일률적인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공실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과거의 높은 임대료 수준만을 고수하는 것이 반드시 건물주에게 유리한 선택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임대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건물의 수익성과 지역상권의 활력을 함께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빈 상가의 활용 방식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모든 공간을 또 다른 카페나 음식점으로 채우기보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교육시설, 공동작업실, 청년 창업공간, 생활 서비스 시설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설 때 상권도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폐업을 개인의 경영 실패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사업의 성패에는 경영 능력과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소비 위축과 높은 고정비, 치열한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소상공인은 단순히 건물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임차인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며, 거리의 활기를 유지하는 지역경제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없는 도시는 외형적으로 성장하더라도 건강한 도시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친환경 건축물과 에너지 효율, 녹지공간의 확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환경적 요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지역사회가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건물은 계속 높아지고 상업공간은 늘어나는데, 정작 그 안에서 장사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면 도시개발의 목적을 다시 물어야 한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건물을 지었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상가가 아니라, 소상공인이 오래도록 불을 밝히고 주민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거리다. 도시의 성장은 건물의 완공이 아니라 그 공간에 사람들의 삶이 지속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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