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e Su-ok\'s spatial resilience ①] Art that bloomed from ruins, ethical questions raised by space
산업화 시대에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2차 산업시설들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능을 상실하고 노후화되었으며, 지역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폐산업시설은 단순한 쇠퇴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있다. 이곳은 1964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 탄광으로, 한때 정선과 태백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탄광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정암광업소는 2001년 폐광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는 급속한 침체를 겪었다.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1996년에는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문경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다. 이는 쇠퇴한 산업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환점이 되었다.
멈춘 광산, 깨어난 감각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한때 수천 명의 광부가 오르내리던 광산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었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 삼척탄좌의 옛 광업소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은 기능을 잃은 공간이 감정을 되찾고, 사회적 감각(social sense)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쇳소리 대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탄차가 오가던 자리에 예술가의 붓질이 이어졌다. 이곳은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기억이 환기되고 감각이 중첩되는 문화공간의 재생 실험장이 되었다.
삼탄아트마인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채탄갱도, 샤워실, 탈의장 등은 해체되지 않고 남겨졌으며, 그 위에 조명과 예술, 사람의 감각이 더해졌다. 석탄, 벽돌, 철재, 콘크리트에 각인된 기억은 이제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공감(empathy)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곳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다. 시간을 저장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유연한 구조물이다. 공간 안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며,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비워진 여백’이다. 전시가 없는 날의 전시관, 광부의 옷이 걸린 휴게실,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창고 안의 빈 공간은 모두 상상과 몰입을 유도하는 정서적 장치가 된다. 이 비워짐은 관람자에게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덧입힐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를 묻는 공간이다. 사람을 이끌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태도를 취한다. 이곳은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는 장소다.
ESG관점에서 본 삼탄아트마인이 공간
삼탄아트마인의 공간 재생은 단순한 설계나 운영 모델의 변화를 넘어 ESG실천의 모범사례이다. 그 사례를 ESG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삼탄아트마인은 해체보다는 보존을 선택함으로써 환경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함으로써, 신축 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였다. 이는 탄소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유지함으로써 물리적 자산 이상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다. 자연과 건축,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재료 간의 조화를 통해 환경을 고려한 설계 철학이 반영되었으며, 이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점에서 환경적 책임을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사회적 기업, 예술가, 아이들,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정서적 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ESG의 사회적(Social)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단순한 이벤트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공감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 공간은 공동체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운영 방식은 전통적인 위계적 통제나 획일화된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공간의 권력은 소유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돌봄’과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며, 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가꾸는 공동체로서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수치나 제도적 틀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참여 기반의 운영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거버넌스를 제도적 장치가 아닌, 신뢰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적 실천으로 풀어내며, ESG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간이 말을 걸 때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삼탄아트마인의 수직갱을 걷는 순간, 사람은 단지 산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냄새, 어둠, 침묵, 빛의 방향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과거를 몸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감정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껴지는 것이고, 공간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장이 된다. 이곳에서는 예술작품이 아닌, 공간 그 자체가 정서적 텍스트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하고, 공유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간다.
삼탄아트마인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광산이자 놀이터이며, 기억의 창고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되고, 공동체의 기념장이 되며, 때로는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는 교실이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의 복합성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조건이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과 기억, 기능과 해석이 동시에 공존하며, 도시는 이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험하고 감각을 확장한다.
삼탄아트마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 자체가, 오래된 재료의 질감과 물성, 조용한 공기와 빛의 결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추억하고, 감탄하며, 때로는 울컥한다. 이러한 공간은 더 이상 낡고 버려진 폐산업시설이 아니다. 낭비되지 않고 되살아났다. 기능은 멈췄지만 감정은 확장되었고, 건물은 고정되어 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열린다.
궁극적으로 문화공간의 재생이란 감정을 설계하고, 기억을 관리하며, 상상력을 허락하는 공간의 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삼탄아트마인은 그 첫 문장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수옥(Lee Su Ok)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술연구의 일환으로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의 리질리언스 공간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기존 산업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도시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재생과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러닝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디자인 및 공간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 ESG위원회 인권전략위원장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연구 분야로는 도시재생과 산업유산 재생,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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