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현지시간) 한국 영화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20년간 품어온 숙원 프로젝트를 마침내 세상에 내놓았다. 신작 어쩔 수가 없다(No Other Choice)는 해고와 취업 경쟁, 그리고 고용 불안이라는 보편적인 두려움을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를 준비하는 데 20년이 걸린 이유는 결국 자금 때문이었다”며, 충분한 제작비를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노동 현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서 직업 불안정이라는 주제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가장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만수(이병헌)는 25년간 몸담은 종이 회사에서 해고된 뒤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려는 극단적 계획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블랙 유머와 풍자를 담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가족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과 인간성의 붕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한다. 박 감독은 원작보다 더욱 어두운 결말을 추가해 결국 주인공의 집착이 가족의 도덕적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베니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은 9분 넘게 기립 박수를 보내며 작품에 환호했고 해외 주요 매체들도 일제히 호평을 쏟아냈다. 영국 《가디언》은 “코미디로 시작해 전혀 다른 장르로 변신하는 서사”라고 평가했고,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품위 있는 감독임을 입증했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영화는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86점을 기록하며 비평가들로부터 전반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버킷리스트”라며 소감을 밝혔고 함께 출연한 손예진 역시 이번 작업이 큰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이 협업은 작품의 주제처럼 인간의 불안과 집착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준다.
20년의 준비 끝에 완성된 어쩔 수가 없다는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불안정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파국에 이르는지를 그려낸 풍자극이다. 박찬욱 감독은 “우리 모두 내면 깊숙이 직업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하며, 이 영화가 바로 그 불안의 초상을 비춘 거울임을 강조했다.
결국 어쩔 수가 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집요한 집념과 시대적 통찰이 만들어낸 작품으로 20년의 시간이 오늘날 현실의 긴장과 맞물리며 더욱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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