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와 스트리밍 콘텐츠의 부상은 이제 영화제의 풍경까지 바꿔 놓고 있다. 과거 영화제라 하면 스크린과 레드카펫, 극장 상영작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OTT 드라마와 시리즈가 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화 중심 축’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BIFF는 2021년부터 ‘On Screen’ 섹션을 신설해 OTT 드라마와 시리즈를 영화관 스크린에서 공개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이 부문은 이미 플랫폼 공개 전의 대형 시리즈들이 월드 프리미어를 거는 주요 무대로 자리 잡았으며, 2025년에도 한국과 해외의 다양한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더 나아가 BIFF는 넷플릭스와 협력해 ‘Creative Asia’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아시아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OTT 콘텐츠가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라 영화제 핵심 프로그램으로 격상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부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 주요 영화제들 역시 OTT의 영향력 확대를 인정하고 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는 2024년 개막작을 통해 스트리밍 시대의 변화가 영화제의 구조와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고, 선댄스 영화제는 OTT 플랫폼들이 유망한 작품을 사전에 확보하는 주요 무대로 변화해 왔다.
인도 국제영화제(IFFI)는 2023년부터 아예 ‘OTT 웹시리즈’ 부문을 신설해 스트리밍 콘텐츠를 공식 경쟁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OTT가 영화제를 단순히 스폰서나 배급 창구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영화제 자체의 정체성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산업 구조와 창작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은 극장 개봉과 DVD, 방송으로 이어지는 유통 경로를 거쳤지만 이제는 영화제 상영 직후 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저예산 영화나 실험적 작품의 경우 OTT가 관객과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경로가 되고 있으며, 영화제는 일종의 ‘공식 인증’과 ‘프리미어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OTT는 제작 단계부터 투자와 배급에 관여하며 영화제는 새로운 협상과 계약의 장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OTT가 장르와 형식의 제약을 완화하면서 새로운 실험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영화 중심의 감독이나 작가들이 미니시리즈나 OTT 오리지널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영화제의 작품 선정 기준 또한 형식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힘에 더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는 새로운 도전도 안겨준다. 영화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고, 영화관 상영과 OTT 경험의 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저작권과 상영권, 정산 구조 등도 더욱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TT와 영화제의 결합은 관객 접근성을 높이고 창작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산업 전반에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결국 OTT 콘텐츠가 영화제의 중심 무대로 옮겨오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관람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영상 산업 전반의 권력 지형을 재편하는 흐름이자 영화제가 ‘영화’라는 한정된 영역을 넘어 ‘영상 콘텐츠’ 전체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흐름을 어떻게 주도하고 앞으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는 향후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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