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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빠르게 번지는 절망... 수단 내전 속 어린이 64만 명의 생존 투쟁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5.10.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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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단 내전 속 고통받는 어린아이와 엄마의 모습 [사진=UNHCR, David Azia,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수단의 하늘은 여전히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내전 속에서 총성과 폭격이 멈추지 않는 사이 아이들은 침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는 이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북다르푸르 지역에서만 5세 미만 어린이 64만 명 이상이 기아와 질병 그리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내전이 시작된 이후 수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주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백만 명이 고향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고 남은 사람들은 폭력과 굶주림, 질병의 삼중고를 견뎌야 한다. 지난 6월 북다르푸르 타윌라에서 처음 보고된 콜레라 감염은 불과 두 달 만에 인근 전역으로 번졌다. 이미 2천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실향민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


유니세프가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북다르푸르의 병원 대부분은 파괴되었거나 문을 닫았다.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약품과 장비는 보급이 끊긴 지 오래다.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이들은 콜레라에 쉽게 감염되고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약해진 몸은 그 감염을 버텨내지 못한다. 유니세프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콜레라와 영양실조는 서로 맞물려 어린이 생명을 가장 먼저 앗아가고 있다.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지휘하는 셸던 예트 유니세프 수단 대표는 “콜레라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고 치료도 어렵지 않은 질병이지만 전쟁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속도보다 상황이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아이들은 하루도 더 기다릴 수 없다”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유니세프와 협력단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타윌라 지역에서는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급수차와 복구된 우물과 새로운 저장시설 덕분에 약 3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고 있다. 또 다른 지역인 다바 나이라에서는 15만 명이 가정용 염소정제 키트를 지원받아 집에서도 물을 정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경구용 콜레라 백신 140만 회분이 긴급 투입되어 확산 억제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폭력 사태와 교전은 구호물자가 닿는 속도를 가로막고 있다. 트럭 행렬이 길을 잃거나 습격을 받는 일도 잦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들어 수단 전역에서 약 10만 건의 콜레라 의심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사망자는 이미 2,4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중 절반 가까이가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했다. 국제의사회(MSF) 또한 “수단의 의료체계가 완전히 붕괴 직전”이라며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만든 이 비극은 단순한 질병의 문제가 아니다. 폭력은 어린이들의 일상과 미래를 빼앗고 있다. 그들은 학교 대신 피난 캠프에서 하루를 보내고 장난감 대신 식수통을 들고 먼 길을 걸어야 한다. 어른들의 전쟁이 그들에게는 곧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유니세프는 국제사회에 인도주의 통로를 즉각 보장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구호 인력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지원이 약속되어도 현장에는 닿지 않는다. 또한 유니세프는 의료, 식수, 위생, 영양 등 모든 부문에서 통합 대응을 확대하고 있으나 필요한 예산의 80% 이상이 아직 충당되지 못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구조를 무너뜨리고 희망을 끊어낸다. 수단의 어린이들은 지금 그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들의 싸움은 총을 든 전쟁이 아니라 물 한 모금과 치료 한 번을 위한 생존의 투쟁이다.


이 참혹한 현실 속에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분명하다. 구호 인력과 의료 물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고 정치적 계산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전쟁의 명분이 무엇이든 아이들의 죽음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아이들의 눈앞에 놓인 것은 오늘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는 하루의 삶이다. 그러나 그 하루가 쌓여 내일이 되고 언젠가 다시 평화를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그들을 위해 내딛는 한 걸음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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