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을 위해 별도의 안보협정 추진에 합의하면서 이 사안은 단순한 양국 간 방위 협력을 넘어 동북아 안보 지형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이번 논의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의 연쇄 회동에서 핵추진 잠수함 협력을 위한 별도 협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한국은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핵비확산 원칙을 지키면서도 잠수함 작전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 미 측 역시 관련 실무협의를 내년 초부터 본격화하는 데 동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중국 해군력의 급속한 팽창이라는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이 핵무기 보유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 방어적 전력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의 시선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본 “이해하지만 예의주시”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미동맹의 억제력 강화가 역내 안정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구상 역시 북한 대응 차원의 방어적 조치라는 점은 일정 부분 이해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잠재적으로 핵연료 주기 기술 접근성을 확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지역 내 군사 균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대규모 플루토늄 재고 문제로 국제사회의 시선을 받아온 만큼,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비확산 논의의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일 간 안보 협력이 복원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일본은 이번 사안을 공개 비판하기보다는 한미 협의 내용을 지켜보며 외교적 메시지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역내 군비 경쟁 우려”
중국은 보다 경계심 어린 시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동맹국들과 추진하는 군사 협력, 특히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전략 자산의 확산에 대해 “냉전적 사고”라며 비판해 왔다.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지원하는 미·영·호주 안보 동맹(AUKUS)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논의 역시 중국 외교 당국의 문제 제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특히 이번 협의가 한미동맹 차원을 넘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공식적으로는 북한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주변 해역에서 미 동맹국의 수중 작전 능력이 강화되는 것 자체가 안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외교 채널을 통해 핵비확산 원칙과 지역 안정 훼손 우려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낼 것으로 보인다.
역내 안보 지형과 한국의 과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이 북한 대응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역내 군비 경쟁을 자극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강조하듯 저농축 우라늄 사용과 핵무기 비보유 원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 국제사회 설득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위성락 실장이 밝힌 대로,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국 핵 비확산 의지를 강조한 점은 이러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향후 미국 실무대표단 방한 이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반응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한미 협의는 한국 안보 역량 강화라는 국내적 요구와 동북아 전략 균형이라는 국제적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투명성과 방어적 성격을 입증하느냐에 따라, 이번 논의가 역내 안정 강화로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긴장의 씨앗이 될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