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국회 청문회가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 최고 책임자와 임원진이 보여준 기업 거버넌스의 취약성이 강도 높게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의 불출석과 책임 회피성 대응은 대규모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내부 통제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놓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창업주이자 쿠팡Inc 의장인 김범석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이 전날에 이어 출석하지 않으면서 실질적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과 여당 의원들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청문회에 불출석한 것은 국민과 소비자를 무시한 처사”라며 “위기 상황에서 책임지는 모습 대신 법적·형식적 대응에만 몰두하는 쿠팡의 거버넌스 구조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쿠팡의 해외 법인 중심 지배구조가 국내 규제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에 대한 위증 혐의 고발 의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로저스 대표는 전날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를 만난 배경에 대해 “한국 정부, 정확히는 국정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으나, 국정원은 즉각 이를 부인하며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해당 발언을 허위 진술로 판단하고 국회에 위증죄 고발을 요청한 상태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정원장으로부터 로저스 대표의 구체적 위증 내용이 전달됐다”며 “청문회 종료 시점에 위증 혐의 고발 안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 그리고 위기 대응 거버넌스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최고 책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임시대표의 발언이 위증 논란으로까지 번진 점은 쿠팡의 내부 통제와 의사결정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국회 청문회를 지켜본 한 대학교수는 “책임자는 빠지고, 임시대표는 부정확한 발언으로 사법 리스크를 키웠다”며 “이것이 쿠팡이 보여준 현재의 거버넌스 수준”이라고 했다. 쿠팡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질적인 책임 구조 개선과 투명한 소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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