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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사고파는 땅이 아니다...미국 내 여론 반발 속 국제사회 거버넌스 시험대에 오른 트럼프의 팽창 구상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1.1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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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란드 빌리지, Qeqertarsuaq의 마을 [사진=ArcticDesire.com Polarreisen]

 

미국인의 대다수는 미국의 영토 확장 시도에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5%가 미국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층 내부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이번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대외 팽창 구상이 국내외적으로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지지한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유권자의 94%는 반대 입장을 밝혔고, 그중 80%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진영에서도 지지는 절대적이지 않았다.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무소속 유권자 사이에서 찬반은 정확히 50 대 50으로 갈렸다. 무소속 유권자 역시 약 80%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같은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루스 소셜을 통해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보다 용납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 직후 공개됐다. 해당 발언은 덴마크 정부 관계자들과 JD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백악관에서 회동하기 직전에 나왔지만 외신들은 회담이 실질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나토와 덴마크, 그린란드 방어 훈련 강화


해외 언론들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긴장이 외교적 수사를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덴마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북극권에서의 합동 군사훈련을 확대하며 그린란드 방어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덴마크 국방부는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일부이며, 그 지위는 국제법과 동맹의 틀 안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 역시 북극 지역에서의 군사적 안정성과 규범 기반 질서(rule-based order)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특정 국가의 일방적 영향력 확대 시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그린란드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유해온 주권 존중과 영토 불가침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안에서도 드러난 ‘팽창주의 피로감’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문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대외 팽창 노선에 대한 미국 내 피로감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약 60%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지나쳤다”고 우려했다. 미군 사용에 대해서도 55%가 “이미 선을 넘었다”고 답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과 개입 문제에서도 여론은 분열됐다. 초기 군사 행동에 대해서는 찬반이 48% 대 52%로 팽팽했지만,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부 운영에 개입하는 것에는 58%가 반대했다. 특히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은 군사력 사용과 외국 정부 장악 시도에 대해 일관되게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한 다수의 미국인들은 베네수엘라 개입의 실제 동기로 ‘민주주의 회복’이나 ‘마약 밀매 차단’보다는 석유 접근권 확보와 군사력 과시를 더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명분과 대중 인식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국제 거버넌스의 중요성 재부각


전문가들은 그린란드와 베네수엘라 사례 모두 국제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 질서는 주권 국가 간의 합의, 국제법, 동맹 체계를 통해 갈등을 관리해 왔다. 영토나 국가 운영을 힘의 논리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단기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신뢰와 미국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57%의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켰다고 답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룰을 만드는 국가’에서 ‘룰을 흔드는 국가’로 인식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그린란드는 사고파는 부동산이 아니며, 베네수엘라는 외부 강대국의 실험장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국내 여론과 국제사회를 통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힘이 아닌 규범, 일방이 아닌 합의에 기반한 국제 거버넌스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이번 논란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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