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산맥 한가운데 자리한 밴프 국립공원은 여름철이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들로 붐비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매년 400만 명 이상이 찾는 이곳은 대개 따뜻한 계절의 절경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밴프의 진짜 매력은 고요하고 장엄한 겨울에 있다.
1887년 설립된 밴프 국립공원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160만 에이커가 넘는 광활한 면적에는 험준한 봉우리와 깊은 계곡 그리고 눈 덮인 숲과 얼어붙은 호수가 어우러져 캐나다 로키 산맥 특유의 압도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국 로키 산맥과 비교해도 봉우리는 더 가파르고 풍경은 더욱 장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도 관광의 유산, 겨울을 품은 유서 깊은 호텔
밴프 국립공원은 철도 관광의 황금기와 함께 성장했으며, 그 유산은 오늘날 두 곳의 상징적인 페어몬트 호텔로 이어진다. 밴프 마을 외곽에 위치한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는 1886년 개장한 이후 프랑스 샤토 양식의 웅장한 외관으로 ‘로키의 성’이라 불려왔다. 최근에는 110개 객실에 대한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쳐 전통과 현대적 편안함을 동시에 갖췄다.
북서쪽으로 약 38마일 떨어진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는 호숫가에 자리한 리조트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레이크 루이스와 설산의 풍경이 압권이다. 1890년 작은 통나무집에서 시작된 이 호텔은 현재 550개의 객실을 갖춘 고급 리조트로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실내외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베이신 글래시얼 워터스’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두 호텔 모두 고급 레스토랑과 캐주얼 다이닝을 갖추고 있으며 대형 창문과 샹들리에가 있는 공용 공간에서는 20세기 초 캐나다 여행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도보 이동이 편리한 밴프 스프링스과 한적한 자연 속의 샤토 레이크 루이스는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스키어들의 천국, 스키 빅3
겨울 밴프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스키다. 밴프 국립공원에는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 밴프 선샤인, 마운트 노키 등 세 곳의 스키장이 ‘스키 빅3’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그중에서도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는 4,200에이커가 넘는 광활한 면적과 3,200피트 이상의 수직 낙차를 자랑하며 북미 최고 수준의 지형을 갖췄다. 서쪽에는 상급자를 위한 개방형 슬로프가 펼쳐지고 동쪽에는 다양한 지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코스가 이어진다.
밴프 선샤인은 곤돌라를 타고 접근하는 독특한 구조로 해발 고도가 높아 시즌이 길고 설질이 안정적이다. 3,400에이커 규모의 슬로프 중 절반 이상이 블랙 또는 더블 블랙 코스로 경험 많은 스키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마운트 노키는 규모는 작지만 밴프 마을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산을 벗어나 즐기는 겨울의 밴프
밴프의 겨울은 스키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샤토 레이크 루이스에서는 호텔 바로 옆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트레일을 이용할 수 있으며, 호수가 얼면 아이스 스케이팅과 하키를 즐길 수 있다. 설산에 둘러싸인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경험은 밴프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순간이다.
매년 1월 열리는 스노우데이즈 페스티벌은 겨울의 하이라이트다. 얼음 조각 전시와 야외 무용 공연 그리고 거리 이벤트가 이어지며 밴프 마을 전체가 겨울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온천을 원한다면 밴프 어퍼 온천이 있지만, 인파를 피해 도심으로 내려와 증류소 투어나 박물관 관람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밴프 공원 박물관에서는 회색곰과 여우 등 5,000여 점의 동물 표본을 만날 수 있으며, 파크 증류소에서는 메이플 시럽을 더한 캐나다식 호밀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세계 음식점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인파를 피해 만나는 진짜 밴프
여름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밴프의 겨울은 고요하면서도 풍성하다. 눈 덮인 산과 숲, 역사적인 호텔, 수준 높은 스키 리조트 그리고 축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이곳은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붐비는 여행지를 피해 진짜 로키 산맥의 위엄과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밴프 국립공원의 겨울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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