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수주간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시위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메네이는 토요일(현지시간)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된 대국민 연설에서 최근 2주 넘게 이어진 소요 사태와 관련해 발생한 사상자와 피해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에 미국의 군사 지원을 약속하며 공개적으로 시위를 부추겼다고 비난하며,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범죄자”로 규정했다. 다만 연설에서는 이란 보안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했는지 여부나 진압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2월 말 심각한 경제난과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번졌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인권활동가 뉴스 에이전시(HRANA)는 이번 사태로 3,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집계했으나, CNN은 해당 수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사망자 규모에 대해 인권단체와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수천 명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실제 사망자는 수백 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사망 보도가 허위 정보 유포 캠페인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가 ‘수천 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기존 정부 설명과는 결이 다른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무력 사용을 둘러싼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하메네이는 연설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장 목격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정부군이 실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헤란의 한 시위 참가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군이 거리와 옥상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으며, 군용 드론이 상공을 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레이저로 조준해 사람들의 얼굴을 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러한 증언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체포자 규모와 처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HRANA는 이번 시위와 관련해 2만4천 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 역시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란 검찰은 일부 시위 참가자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란 사법당국은 특정 인물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란 외무장관도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위 확산 이후 이란 정부가 시행한 인터넷 차단 조치는 외부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 감시 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1월 8일 이후 이란의 인터넷 연결성은 평소의 약 2% 수준에 머물렀다. 이란 준관영 메흐르 통신은 일부 가입자에게 제한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복구됐다고 보도했으나, 정부는 국가 안보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발언 이후 미·이란 간 공방도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하메네이를 “병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지도부가 국가를 파괴하고 전례 없는 폭력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하메네이를 옹호하며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격은 이란에 대한 전면전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사망자 수와 진압 책임,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이란 정부, 미국, 인권단체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으며, 인터넷 차단과 현지 접근 제한으로 인해 독립적인 검증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