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마라라고의 연회와 무너진 이란 초등학교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3.02 09:1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1.jpg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이란의 작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사진을 백악관이 공개했다. [사진=백악관/X]

 

마라라고(Mar-a-Lago)가 자리한 팜 비치(Palm Beach)의 밤은 눈부시게 화려했다. 샹들리에 불빛이 반짝이는 연회장에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었고, 와인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축제의 열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도회장을 천천히 가로질러 지나갔다.


그는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짧은 인사를 건넨 뒤 자신이 아끼는 노래인 ‘하나님께서 미국을 축복하시기를(God Bless the USA)’의 선율에 맞춰 가볍게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검은 커튼 뒤편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축제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지켜보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기 위한 임시 상황실처럼 긴장감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연회장에서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커튼 뒤에서는 중동 지도가 펼쳐진 채 군사적 판단과 보고가 오갔다. 한 공간에서는 축제가, 다른 공간에서는 전쟁이 동시에 존재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은 그 대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작전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사진 속에 담기지 않았다.


같은 시각,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의 미나브에서는 전혀 다른 밤이 펼쳐졌다. 현지에 따르면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가 공습으로 무너졌고, 교실은 순식간에 잔해로 변했다. 해외 보도와 이란 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이 공격으로 최소 148명이 사망했으며, 일부 매체는 사망자가 165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학교에는 약 170명의 여학생이 수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생존자들 또한 큰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1.jpg
▲ 좌) 미국과 이스라엘 초등학교 폭격으로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아이들의 책을 들며 오열하고 있는 모습 우)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으로 2월 28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이란의 작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X+youtube 영상, 그래픽=ESG코리아뉴스]

 

구조대는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냈고, 부모들은 학교 앞에서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교실 칠판에 남아 있던 수업 흔적과 흩어진 책가방은 전쟁이 어떻게 일상의 공간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잔혹한 상징이 되었다.


군사 작전은 언제나 전략과 안보라는 언어로 설명된다. 목표, 좌표, 타격 성공 여부가 보고서에 기록된다. 그러나 폭격이 닿는 곳은 단지 지도 위의 점이 아니라, 사람의 삶이 자리한 공간이다. 국제 인도법은 전시 상황에서도 민간인과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현실의 전쟁은 그 원칙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팜비치의 연회장에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미나브에서는 장례 준비가 시작되었다. 한쪽에서는 정치 후원 행사가 이어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작은 관들이 줄지어 놓였다. 그 장면은 단순한 대비를 넘어 전쟁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은 지도자의 결단으로 시작되지만, 그 대가는 대부분 이름 없는 이들이 치른다. 국가 안보와 군사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내려진 결정이 어린 생명으로 귀결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당성을 말할 수 있을까.


샹들리에 불빛과 폭격의 섬광 사이에서 인륜과 인권의 무게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ESG코리아뉴스 & www.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아름다운 지구이야기②] 파도가 빚어낸 듯한 거대한 돌구슬, 뉴질랜드 ‘모에라키 볼더스’
  • 라이크라, 옥수수 기반 섬유 상용화…의류 산업의 탄소배출 저감·자원순환 확대
  • 오르카라우터, AI 검색 효율 높이는 ‘IndexRAG’ 공개…문서 간 관계 미리 분석
  • 세계 3분의 2 이상 사형제 폐지했지만…지난해 17개국서 사형 집행
  • 췌장암 발생 전 면역체계 깨운다…새로운 백신, 초기 임상서 가능성 확인
  • 이소영 중기부 장관 “가짜뉴스 형사조치”…온누리상품권 122억 의혹에 관리 책임도 주목
  • 2000년 전 청동 조각상에 남겨진 상처…고대 그리스 권투선수의 삶을 마주하다
  • 이재명 대통령 “폭언·욕설 차단은 소통 방해 아닌 진정한 소통 위한 조치”
  • 멜라니아 트럼프, AMD 리사 수 회장 국가과학훈장 수상 조명…“미래를 만드는 여성 리더”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마라라고의 연회와 무너진 이란 초등학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