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여성의 X염색체가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생물학적 비밀을 밝혀내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포는 유전자 발현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 개의 X염색체를 비활성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어떤 분자적 메커니즘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와 세포 스트레스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SIRT7이 여성 X염색체의 구조와 기능을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의 제목은 「SIRT7 regulates dosage compensation and safeguards the female X chromosome」(SIRT7은 유전자 발현량 보상 기작을 조절하고 여성 X염색체를 보호한다)이다. 연구는 니콜라스 G. 시모네(Nicolas G. Simonet), 알레한드로 바케로(Alejandro Vaquero), 지니 T. 리(Jeannie T. Lee)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Nature(네이처)에 2026년 6월 10일 발표됐다.
연구진은 SIRT7이 결핍된 생쥐를 이용해 성염색체 조절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SIRT7이 부족한 암컷 생쥐에서는 건강 상태와 생존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수컷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여성의 X염색체 조절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포유류 암컷 세포에서는 두 개의 X염색체 가운데 하나가 비활성화되는데, 이를 통해 수컷과 암컷 간 유전자 발현량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를 ‘용량 보상(Dosage Compensation)’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 SIRT7은 이 용량 보상 체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중요한 인자로 밝혀졌다. SIRT7이 사라지면 X염색체 불활성화를 유도하는 비암호화 RNA인 Xist의 발현이 과도하게 증가했고, 그 결과 X염색체의 정상적인 기능 균형이 무너졌다.
특히 연구진은 SIRT7 결핍이 활성 X염색체의 구조적 안정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활성 상태의 X염색체에서는 유전자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 DNA 손상이 축적되며 염색체의 3차원 구조가 붕괴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첨단 유전체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X염색체 내부의 공간 구조가 무질서하게 재편되면서 전체 유전체의 발현 균형까지 흔들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는 SIRT7이 단순히 노화와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아니라 성염색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는 시르투인(Sirtuin) 계열 단백질과 여성 성염색체 기능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제시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연구를 이끈 연구진은 SIRT7을 여성 X염색체의 ‘수호자(guardian)’라고 표현했다. SIRT7이 X염색체의 구조적 무결성을 유지하고 유전자 발현의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세포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특정 질환의 발생 원인과 성별에 따른 노화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X염색체 이상과 관련된 유전질환, 암, 노화 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향후 여성 맞춤형 치료 전략과 성별 특성을 고려한 정밀의학 발전에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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