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섬에서 이어지는 화산 활동, 붉은 용암과 검은 대지가 만들어낸 장엄한 풍경
-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새로운 땅을 만드는 곳, 파괴와 탄생이 공존하는 자연의 현장
[편집자 주] ESG코리아뉴스는 지구 곳곳에 숨겨진 경이로운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하는 기획 연재 〈아름다운 지구이야기〉를 선보인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지형부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까지, 아름다운 풍경에 담긴 자연의 역사와 가치를 함께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자연의 소중함과 그 아름다움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야 할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한 하와이섬에는 지구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 검게 굳은 대지 사이로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오고, 때로는 붉은 용암이 분수처럼 솟구쳐 밤하늘을 밝힌다. 용암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암석이 쌓이고, 바다까지 흘러든 용암은 차갑게 식어 굳으면서 해안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는다.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에 자리한 '킬라우에아 화산(Kīlauea)'이다.
킬라우에아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산 가운데 하나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Hawaiʻi Volcanoes National Park)에 속해 있다. 오랜 세월 반복된 분화를 통해 형성된 이곳은 붉게 빛나는 용암과 넓게 펼쳐진 검은 화산암 지대가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용암이 분출하는 순간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분화구나 지표면의 갈라진 틈에서 솟아오른 용암은 밝은 주황색과 붉은색으로 빛나며 주변의 검은 화산암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용암이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뜨거운 열기와 함께 솟아오르는 화산가스가 화산 활동의 역동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킬라우에아는 오랫동안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분화의 강도와 장소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용암이 힘차게 솟구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분출이 멈추고 비교적 조용한 상태가 이어지기도 한다.
킬라우에아는 2024년 12월 23일 정상부에서 새로운 분화를 시작한 이후 용암 분출과 휴지기를 반복해 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과 지표면의 변형, 화산가스 등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며 화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따라서 방문 시기에 따라 실제로 볼 수 있는 화산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킬라우에아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바닷속에서 시작됐다.
하와이의 화산들은 지구 내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물질과 관련이 있다. 지질학에서는 이러한 화산 활동이 집중되는 지역을 '열점(Hot Spot)'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맨틀에서 상승한 뜨거운 물질의 영향으로 암석 일부가 녹아 마그마가 만들어지고, 이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분출하면서 화산이 형성된다.
하와이 제도는 태평양판이 열점 위를 오랜 시간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지각판이 조금씩 움직이는 동안 새로운 위치에서 화산이 형성되고, 오래된 화산은 열점에서 멀어지면서 점차 활동이 약해졌다. 이러한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오늘날 태평양에 길게 이어진 하와이 제도가 모습을 갖추게 됐다.
킬라우에아 역시 이 과정에서 탄생한 화산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약 21만~28만 년 전 바닷속에서 화산 활동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오랜 세월 용암이 분출하고 쌓이면서 점차 성장했고, 마침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지표에서 확인되는 오래된 암석 가운데 일부는 약 5만~7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킬라우에아는 '순상화산(Shield Volcano)'으로 분류된다. 이름처럼 방패를 엎어 놓은 듯 넓고 완만하게 펼쳐진 형태가 특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잘 흐르는 현무암질 용암이 여러 차례 분출해 넓은 지역에 쌓이면서 만들어진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산은 뾰족한 봉우리에서 연기와 화산재가 솟구치는 모습이지만, 킬라우에아는 그와 다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용암이 흘러내리고, 그렇게 흘러간 용암이 식어 굳으면서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에 걸쳐 용암이 한 겹씩 쌓인 결과가 오늘날의 넓은 화산 지대인 것이다.
하지만 용암이 비교적 부드럽게 흘러간다고 해서 위험이 작은 것은 아니다. 뜨거운 용암은 지나가는 길에 있는 숲과 도로, 건물을 뒤덮을 수 있으며, 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산가스와 화산재도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킬라우에아는 아름다운 풍경 뒤에 큰 피해의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2018년 5월 킬라우에아의 동쪽 열곡대에서 대규모 분화가 시작되면서 지표면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그 틈으로 흘러나온 용암은 주변 마을과 도로를 뒤덮었고, 약 700채의 주택이 파괴됐다. 2,000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해야 했으며,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용암은 도로를 가로막고 건물을 삼키며 해안까지 흘러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다로 들어간 용암이 식어 굳으면서 새로운 육지가 만들어졌다. 땅이 새롭게 생겨나는 자연현상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을 잃는 재난이 된 것이다.
킬라우에아의 풍경을 바라볼 때 화산이 지닌 거대한 힘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킬라우에아는 단순한 화산이나 관광 명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와이의 전통에서 킬라우에아는 화산과 불의 여신 '펠레(Pele)'와 깊이 연결된 신성한 장소로 여겨진다. 펠레는 뜨거운 용암과 화산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전해지며, 킬라우에아 정상부의 할레마우마우(Halemaʻumaʻu) 분화구는 펠레와 관련된 중요한 장소 가운데 하나다.
하와이의 여러 전승에서 펠레는 불과 용암을 통해 새로운 땅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등장한다. 용암이 기존의 땅을 뒤덮고 그 위에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연의 힘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됐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지진과 마그마의 움직임, 화산가스 등을 관측하며 화산의 활동을 연구하지만,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킬라우에아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이야기와 문화적 의미가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같은 화산을 바라보면서도 과학적 이해와 오랜 문화적 전통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킬라우에아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용암이 지나간 땅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난다는 점이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간 직후의 땅은 검은 암석으로 뒤덮여 있다. 흙이 거의 없고 수분을 머금기 어려워 식물이 자라기 힘든 환경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이 암석의 틈에 자리 잡고, 일부 식물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암석이 서서히 풍화되고 식물의 잔해 등 유기물이 쌓이면서 토양이 만들어지면 다른 식물들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다.
생태학에서는 이처럼 생물이 거의 없는 새로운 땅에 생명체가 자리 잡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1차 천이'라고 부른다.
킬라우에아 주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용암이 흘러간 지역에는 검은 화산암이 넓게 드러나 있지만, 오래된 화산 지형에서는 초록빛 식물이 자라며 새로운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다. 한때 뜨거운 용암으로 뒤덮였던 땅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른 생명들의 터전으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킬라우에아를 포함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은 이러한 지질학적 가치와 독특한 자연환경을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이곳에서는 활발한 화산 활동뿐 아니라 용암이 남긴 다양한 지형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하와이 고유의 동식물도 만날 수 있다.
공원 곳곳에는 정상부 분화구와 검은 용암 지대, 화산가스가 분출하는 지역 등이 분포해 있다. 오래전 흘러간 용암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굳어진 암석의 표면에서 용암이 흘렀던 방향과 형태를 짐작할 수 있고, 그 사이로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는 탐방로와 전망대의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 화산가스와 낙석, 지반 균열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현지 당국이 제공하는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 지침을 따라야 한다.
킬라우에아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자연의 풍경과 조금 다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산과 숲, 호수의 풍경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킬라우에아에서는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용암으로 흘러나오고, 뜨거운 용암이 식어 검은 암석이 되면서 대지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숲과 마을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땅 위에 다시 식물이 자라고 생태계가 형성된다. 화산 활동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자연현상이면서 동시에 지구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힘이기도 하다.
킬라우에아는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붉게 빛나는 용암은 아름답고 장엄하지만, 그 앞에서는 자연의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도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매일 딛고 서 있는 땅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구 내부에서는 지금도 뜨거운 물질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 에너지는 때때로 화산 활동을 통해 지표면으로 드러난다.
태평양의 하와이섬에서는 오늘도 화산의 움직임을 살피는 관측과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용암이 지나간 검은 대지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고, 오래된 화산암 위에는 다시 초록빛 식물이 자라난다.
킬라우에아의 붉은 용암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새로운 땅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다시 생명이 자리 잡는 자연의 이야기는 오늘도 하와이섬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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