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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 “안전은 모든 권리의 출발점”…경기도형 기본사회 위한 11개 정책 제안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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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기록·주거 화재안전·중대시민재해·생존자 권리 등 4대 영역 제도적 한계 진단
  • 재난기록 처분동결제·화재안전권 조례 등 제시, “법 개정 기다리지 않고 경기도가 먼저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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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재난과 사고로부터 생명과 신체를 보호받을 권리를 모든 도민에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복지나 행정서비스의 한 분야가 아닌 기본권 실현의 토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실제 재난 현장에서 도민의 안전과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기도형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재난·안전관리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재난·안전 분야의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11개 정책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기본사회 논의에서 소득과 주거, 돌봄 등은 주요 정책 영역으로 다뤄졌지만, 재난과 안전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영역으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권리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기본이 되기 위한 기본’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보장받는 보편적 기본서비스(UBS)의 출발점 역시 안전에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재난기록물 관리, 주거 화재안전, 중대시민재해 예방, 재난 생존자 권리 보호 등 4개 영역을 중심으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먼저 재난기록물 관리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생산되는 기록이 피해자의 알 권리와 사고 원인 규명의 중요한 근거가 되지만, 기록의 폐기나 삭제를 충분히 방지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난 발생을 인지한 시점부터 도지사가 도와 산하기관의 관련 기록을 일시적으로 폐기하거나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처분동결제’ 도입을 제안했다. 재난대책본부가 해산된 이후에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설명 요구나 재수색 요청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후속 창구를 유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주거 화재안전 분야에서는 노후주택 등 화재 위험이 높은 공간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강화된 건축·소방 기준이 기존 주택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소방과 주택, 에너지 관련 지원사업도 개별적으로 운영돼 종합적인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례를 통해 ‘주거 시설에서의 화재안전권’을 명문화하고, 노후주택 개·보수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가스타이머콕 보급 등을 지역 단위로 통합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중대시민재해 예방과 관련해서는 시설별로 적용되는 안전보건 의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령과 하위 규정이 자주 개정되는 만큼 시설별 의무사항을 실제 이행해야 할 행위와 연결한 자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법령 변경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생존자와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재난대응체계는 13개 협업기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인권침해 예방을 전담하는 기능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재난대응 협업기능에 피해자 권리 보호와 침해 예방 기능을 추가하고,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관련 센터 및 지역자율방재단을 연계한 통합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재난 발생 직후의 긴급 지원뿐 아니라 피해자의 일상 회복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장기 사례관리를 강화하고, 가칭 ‘경기도 재난회복지원센터’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담았다. 생명안전기본법 시행에 맞춰 경기도의 관련 자치법규를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번 연구는 독일 법학자 로베르트 알렉시(Robert Alexy)의 적극적 권리 개념을 바탕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했다. 도민이 공공기관에 안전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이를 처리할 조직과 절차가 마련돼 있는지, 필요한 지원이 실제로 제공되는지를 기준으로 제도의 한계를 살펴본 것이다.


연구진은 재난기록과 안전점검, 피해자에 대한 설명과 지원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관리체계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웅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례로 도민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중앙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되 그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도가 먼저 시행하는 것이 점진적 실현의 경로”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점진은 유보가 아니며, 재정의 제약이 보호의 최소선마저 거둬들이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안전은 모든 도민에게 보장돼야 할 기본이며, 그 보장은 선언이 아니라 기억하고 이행하는 일로 완성된다”며 “제언마다 이행 장치를 함께 설계한 것도 이를 제도의 기록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재난 발생 이후의 대응과 복구에 집중해 온 안전관리체계를 예방부터 기록 보존, 피해자 권리 보호와 일상 회복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제안된 정책들은 아직 시행이 확정된 사업이 아닌 만큼, 향후 경기도가 관련 조례와 행정체계를 어떻게 정비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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