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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인파로 북적인 홍대와 이태원…축제의 열기 속에 이어진 추모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10.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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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4년, 토요일과 겹친 핼러윈에 서울 주요 거리 인파 집중, 경찰 7,800명 전국 28곳 배치
  • 홍대 12만 명·이태원 2만 명 운집, 달라진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도시의 인파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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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2026년 10월 31일 핼러윈을 맞아 서울 홍대와 이태원 등 주요 번화가가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4년 전 159명의 희생자를 낸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이 토요일과 겹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리에는 다양한 의상과 분장으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 골목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국화꽃이 놓였다. 축제의 즐거움과 지난날의 아픔이 한날 한 공간에서 마주한 밤이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일대에는 약 11만5천~12만 명이 모였다. 보행 혼잡도는 '매우 혼잡' 수준을 나타냈다.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에도 약 1만8천~2만 명이 방문해 '붐빔' 수준을 기록했다. 이태원 방문객 가운데는 20대가 38.3%로 가장 많았다.


홍대 거리에는 슈퍼마리오와 해골, 영화 속 인물 등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가족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사람부터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젊은 직장인까지 거리 곳곳에서 핼러윈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핼러윈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달라진 시민들의 선택도 눈에 띄었다. 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상황을 우려해 비교적 공간이 넓은 홍대를 찾았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이태원만의 개성을 축제의 매력으로 꼽았다.


참사 이후 축제를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축제를 즐기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구조와 이동 동선, 안전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모습이다.


참사 4년, 달라진 도시의 안전관리


올해 핼러윈은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도심에서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경찰은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를 특별 안전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14곳을 포함한 전국 28개 중점관리지역에 경찰관 약 7,800명을 배치했다. 경찰기동대와 범죄예방순찰대, 형사, 교통경찰 등이 현장에 투입돼 인파와 교통 흐름을 관리했다.


서울경찰청도 이태원과 홍대, 성수동, 명동, 익선동 등 주요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에 나섰다. 좁은 골목에서는 보행 방향을 나누고 한 방향 통행을 유도하는 등 시민들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동선을 관리했다. 인파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에는 주변에서부터 유입을 조절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서울시는 주요 지역에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과 드론, 인파 밀집 분석 시스템 등을 활용해 실시간 상황을 살폈다. 혼잡도가 높아질 경우 현장에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이태원에서는 오후 6시께부터 대로변 차량 통행이 통제됐으며, 홍대에도 안전 펜스가 설치돼 시민들이 비교적 질서 있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축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모형 총기와 흉기 등 위협을 줄 수 있는 소품과 경찰 제복을 모방한 복장에 대해서도 점검을 강화했다.


행정안전부는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국 28개 지역을 대상으로 핼러윈 인파관리 특별대책을 운영했다. 부산시 역시 서면과 광안리, 해운대 등 주요 상권에 현장 상황실을 마련하고 경찰과 소방, 교통기관이 협력해 인파와 교통 상황을 관리했다.


이처럼 대규모 인파에 대한 안전관리는 이제 경찰의 현장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교통기관이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협력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태원 골목에 놓인 국화꽃, 잊지 말아야 할 기억


홍대와 이태원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물드는 동안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에 국화꽃을 놓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벽면에 붙은 추모의 글을 읽거나 서로 당시의 기억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려한 분장과 음악으로 가득한 거리와 달리, 이곳에는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고다. 이 사고는 우리 사회에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공간에서 안전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공공의 책임은 무엇인지 깊은 질문을 남겼다.


사고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파가 집중되는 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과 실시간 모니터링, 현장 대응체계 정비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안전관리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인력을 배치하고 장비를 갖췄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위험 징후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며,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현장을 관리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태원 골목에 놓인 국화꽃은 시간이 흘러도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축제를 즐기는 일상 속에서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세계 주요 도시도 고민하는 군중 안전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축제와 집회, 스포츠 행사의 안전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다. 세계 주요 도시들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공공질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10월 31일 전국적인 집회와 시위에 대비해 경찰과 헌병 등 약 7만 명의 보안 인력을 배치했다. 생활비 상승과 교육환경, 공공서비스 등을 둘러싼 청년층과 노동계의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도심의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을 강화했다.


독일에서도 핼러윈 당일인 31일 청년층이 주도하는 집회가 주요 도시에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겐츠 레겔트(Gen Z regelt)'라는 청년 캠페인 단체가 교육 투자 확대와 생활비 부담 완화, 의무복무제 반대 등을 요구하며 독일 34개 도시에서 집회를 추진했고, 주최 측이 16만 명 이상의 참여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는 핼러윈 축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도심에 모이는 상황에서 도시의 안전과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라는 공통된 과제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분석과 실시간 인파 밀집도 측정 등 기술을 안전관리에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대응하는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안전은 경찰이나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시민들이 서로의 이동을 배려하고, 위험한 상황을 발견했을 때 신속하게 알리는 등 공동체의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축제의 즐거움이 지속되기 위한 조건


핼러윈은 이제 특정 국가의 전통을 넘어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문화와 소비, 관광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개성 있는 의상과 분장, 거리 공연과 각종 이벤트는 도시의 문화적 활력을 높이고 외식과 유통,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홍대와 이태원처럼 젊은 문화와 상업공간이 어우러진 지역에서 축제는 지역 상권과 도시 관광을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많은 사람이 거리를 찾는 것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축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도시가 책임져야 할 안전의 범위도 넓어진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거리와 광장, 골목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혼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제의 성공을 방문객 수나 소비 규모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축제를 즐겼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홍대와 이태원의 풍경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축제와 일상의 즐거움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태원 골목에 놓인 국화꽃은 그 즐거움이 안전이라는 기본적인 조건 위에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도 누구나 안심하고 걷고, 즐기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4년 전 이태원 참사가 남긴 교훈은 축제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핼러윈의 화려한 분장과 거리의 음악이 시민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과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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