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un Donghoon's spatial language ④] a space open to nature, ‘VM HOUSE’
현대 도시의 밀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건축물은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축은 종종 자연을 차단하고, 도시 거주자들을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 가두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건축적 흐름은 이러한 관점을 전환하고 있다. 건축은 이제 자연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자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프레임이 되어야 한다. 특히 도시 거주 공간에서 조망권, 채광, 외부와의 연결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주목받는 사례가 바로 덴마크 코펜하겐 외곽의 VM 하우스이다. 도심 속 자연과의 공존을 탐구하는 이 주거 프로젝트는 도시 구조 속에서 자연과의 연결을 최대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건물의 형태, 내부 유닛의 구성, 그리고 외부 공간의 활용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이러한 철학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VM 하우스는 기능적 주거 공간을 넘어,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새로운 거주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비야케 잉겔스는 덴마크 출신의 건축가로, 전통적인 북유럽 디자인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건축 철학은 ‘Yes is more’라는 선언적인 문장에서 드러난다. 그는 기존의 제한된 조건들을 기회로 전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확장해내는 방식을 통해 건축의 경계를 넓혀왔다. 이 접근은 전형적인 모더니즘적 엄격함보다는, 삶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식에 가깝다.
VM 하우스는 이러한 철학의 구현체로, 덴마크 건축의 가치를 실험적 건축 언어로 풀어낸 사례이다. 거주자의 일상 경험을 중심에 놓고, 환경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구성한다. 실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방식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잉겔스의 관점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VM 하우스는 그에게 있어 건축이 단지 기능의 합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실험장이었다.
시선을 여는 공간 전략
VM 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요소는 기하학적으로 불규칙하게 돌출된 발코니이다. 이 발코니들은 일반적인 아파트 구조에서 흔히 마주치는 시야 차단 문제를 과감히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단순히 공간을 확장하는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시야 확보와 사생활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각 발코니는 유닛별로 방향과 길이를 달리해, 시선이 이웃 세대를 가로지르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이 구조는 외부 경관을 향해 열린 창이 되며, 동시에 도시적 맥락과의 연결 통로가 된다. 발코니의 형태는 다소 파격적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도시적 밀집도를 완화하는 시각적 여유를 제공한다. 거주자는 발코니를 통해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더욱 밀도 높게 체험할 수 있다. 일상의 공간이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감각적 접점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설계는 건축물이 보여주는 조형적 아이덴티티와도 맞닿아 있다. 발코니가 반복되며 형성하는 입체적 리듬은 건물의 외관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고, 전통적인 판상형 아파트의 단조로움을 탈피한다. 시각적으로도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는 이 구조는 단지 기능을 넘어, 도시 거주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된다.
조망권과 공간 전략의 공진화
VM 하우스의 이름은 건물의 평면이 V자와 M자 형태로 설계된 데서 유래되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실험이 아닌, 철저한 환경 분석과 거주자 중심 설계의 결과이다. V자 구조는 각 유닛이 외부로 뻗어나가듯 배치되며, 서로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구성된다. 반면 M자 구조는 각 세대의 위치를 엇갈리게 하여, 자연광 유입과 조망 방향의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형태적 전략은 단지 내 모든 세대가 최대한의 조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반적인 공동주택이 직면하는 일조권과 시야의 편차 문제를 공간 구성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각 세대가 도시 혹은 인근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방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조망은 더 이상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기본 권리로 설정된다.
또한 이러한 조형 전략은 단지 내부에서도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입주자는 복도와 중정, 계단을 오르내리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야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흐름을 넘어, 공간에서의 경험 자체를 풍성하게 만든다. 건축은 이처럼 조망이라는 환경적 요소를 통해 거주자의 일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든다.
모듈화된 유닛 구성
VM 하우스는 정형화된 평면 구성을 거부하고, 모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유닛 구성을 도입하였다. 이 모듈들은 반복되는 규격을 가지되, 조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 구성과 크기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단순한 1~2인 가구부터 대가족까지 수용 가능한 다층적 거주 공간이 형성되었다. 주거 공간의 다양성은 도시 속 삶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모듈 구조는 설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공 효율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대규모 주거 단지를 짓는 과정에서 공통된 구조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각 유닛에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구성된 공간은 입주자 개개인의 삶의 방식에 맞춰 적절히 조율되며, 사용자 중심의 건축 설계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이 구조는 ‘획일화된 공동주택’이라는 전형을 깨뜨리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같은 틀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삶을 수용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현대 주거건축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다. VM 하우스는 이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며, 고밀도 도시 주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도시는 더 이상 건축과 자연의 충돌 공간이 아니라, 그 둘의 협력 지점이 되어야 한다.
VM 하우스는 도시 환경에서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발코니, 평면 구조, 모듈 구성이라는 세 가지 전략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망과 채광, 다양성과 일상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기능적 필요를 넘어서, 거주자와 도시,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새로운 건축적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이러한 통합적 접근에 있다. 이제 건축은 단순한 공간 설계가 아니라, 환경과 삶의 방식을 매개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건축은 도시의 격자 속에 감정을 불어넣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기능성, 조형성, 환경성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율될 때 건축은 진정한 공공의 언어가 된다.
덧붙이는 글ㅣ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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