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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기업 배출이 수백 건의 폭염을 악화시켰다... 법적 책임 논쟁에 새 촉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09.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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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력발전소에서 배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Markus Distelrat]

 

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가 2000년부터 2023년 사이 전 세계에서 보고된 213건의 주요 폭염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형 화석연료·시멘트 생산업체(so-called “carbon majors”)의 배출이 이들 폭염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산업화 이전 기후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으며, 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개별 기업·생산주체들의 배출과 연관되어 있음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폭염의 발생 가능성(increase in likelihood)과 강도(intensity)에 대한 전 지구적·사건별 귀인(attribution) 분석을 확장해 적용했다. 그 결과, 조사한 기간에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2000~2009년에는 약 20배, 2010–2019년에는 약 20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석 대상 폭염의 약 4분의 1(≈25%)은 현재의 기후 상태가 아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연구는 180개 ‘탄소 메이저(carbon majors)’의 개별·집합적 배출량을 추적해, 이들 배출로 인해 폭염 강도가 전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증가한 분의 절반가량이 탄소 메이저의 기여라는 계산을 내놨다. 또 소수의 상위 배출 주체(연구진이 지목한 14개 핵심 생산자)는 나머지 166개와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연구의 저자이자 ETH 취리히 소속 연구원인 얀 퀼카일(Quilcaille)은 연구 결과가 “탄소·메이저의 배출이 폭염의 발생 확률과 강도를 명확히 증대시켰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정량적 귀인 결과는 법정에서 피해 입증과 책임 규명에 실증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했다. 연구팀에는 기후과학자뿐 아니라 법학 전문가들도 포함되어 있어, 과학적 결과가 소송·정책적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를 염두에 둔 점이 특징이다. 


해외 주요 매체들도 이 연구를 보도하면서 법적·정책적 파급력을 주목했다. 예컨대 가디언은 이번 연구가 “수십 건의 치명적 폭염을 특정 기업 배출과 직접 연계한 최초의 사례”라며, 엑손모빌·셰브론·사우디 아람코 등 거대 석유·가스 기업들이 지목되는 장면과 함께 법원에서의 책임 추궁 가능성을 상세히 전했다. 다만 매체들은 과학적 귀인과 법적 책임 인정 사이에는 여전히 법리적·증명상의 장벽이 남아 있다고도 보도했다. 


전문가 의견은 대체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계와 해석상의 신중함을 당부했다. 일부 기후과학자들은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에서의 기록·보고 누락이 있어 실제 영향은 연구가 추정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조계 전문가들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법적 책임으로 자동 연결되기 어렵고, 인과의 범위·손해액 산정·공정한 책임 분담 방식 등 추가 쟁점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법적·경제적 파급 효과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지방정부·시민단체·피해 당사자들이 과거부터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왔고, 이번 연구는 그런 소송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업 측은 책임의 귀속을 둘러싼 법리적 반박과 ‘공동의 역사적 수요’ 논리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 과제로 폭염 외에 홍수·산불·태풍 등 다른 극단기상현상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개별 배출원 귀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기후과학이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사건 단위로 추적·정량화하는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기후정책·피해보상·기업 책임성 강화 등 실무 영역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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