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 포크롭스크(Pokrovsk)를 사실상 함락 직전에 두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알자지라, RNZ,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동안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며 건물 단위의 시가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도시 북부와 동부 대부분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포크롭스크 시내의 60여 개 건물을 확보했다고 발표했고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방어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지 상황은 점점 더 절망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은 “모든 방향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는 “러시아군이 세 명 단위로 움직이며 두 명이 희생되더라도 한 명은 도시로 진입해 거점을 확보한다는 방식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크롭스크는 전쟁 이전까지 도네츠크주 서부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물류 허브로 철도와 도로망이 교차하는 요충지였다. 동쪽으로는 도네츠크와 코스티얀티니우카 서쪽으로는 드니프로와 자포리자를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여름부터 포크롭스크를 포위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주요 보급선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했고 이로 인해 도시의 전략적 가치는 상당 부분 상실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크롭스크는 여전히 정치적·상징적 의미를 지닌 도시로 남아 있다. 워싱턴의 전쟁연구소(ISW)는 “전장의 관점에서 포크롭스크를 고집할 이유는 거의 없지만, 푸틴 대통령에게는 상징적인 승리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이 도시를 점령할 경우, 이는 2023년 5월 바흐무트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점령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포크롭스크 전선에 러시아군 약 17만 명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 전투를 군사적 필요보다는 ‘불가피한 승리’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크롭스크 전투는 이미 전략적 가치를 잃은 도시를 둘러싼 상징전으로 변질된 상황이다. 러시아는 엄청난 병력 손실을 감수하며 공격을 지속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병력과 장비 부족 속에서도 최대한 버티고 있다. 일부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는 “도시 함락이 불가피하지만, 아직 철수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 바흐무트(2023년)와 아브디이우카(2024년)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군은 철수 명령이 늦어져 큰 인명 피해를 입었고, 이번에도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현장 지휘관은 “우리가 철수 명령을 기다리다가는 병목 구간에서 많은 인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포크롭스크에 남아 있는 민간인은 약 1,200명 정도로 대부분은 이미 탈출 기회를 놓쳤거나 러시아 점령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측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의 영상을 공개하며 점령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포크롭스크가 함락될 경우 러시아는 도네츠크주 내 남은 우크라이나 방어 거점인 코스티얀티니우카,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비얀스크 등으로 진격 방향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이미 물류 허브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도시 점령이 전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이번 전투는 군사적 효용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와 상징성을 위한 싸움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승리를 통해 러시아군의 진격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하고 있으며, 젤렌스키 정부는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포크롭스크를 지켜냈다’는 메시지를 유지하려 한다.
포크롭스크는 이제 군사적 요충지가 아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게 ‘심리전의 무대’로 변모했다. 함락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전투가 향후 전쟁의 정치적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포크롭스크는 무너져 가지만 그 상징성은 여전히 이 전쟁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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