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각국을 향한 비판을 거세게 쏟아내면서 워싱턴과 유럽 사이의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심화는 러시아,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략적 이득을 안겨준다는 분석이 외교가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이민 정책 때문에 “약해지고 쇠퇴했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가 우위에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얼마 전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해당 전략은 유럽 정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으며, 오히려 유럽 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문서는 “대다수 유럽 시민은 평화를 원하지만. 정부의 민주주의적 과정이 이를 막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자연히 유럽 각국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일어났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해당 문서가 “유럽의 관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러한 서방 내부의 균열은 러시아가 오래전부터 노려온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미국의 새 전략 문서를 두고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밝히며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역시 트럼프의 유럽 비판을 적극적으로 띄우며 유럽이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갈등을 반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약화시키고, 나토 동맹 내부의 결속을 흔들며, 전반적인 대서양 연대를 분열시키는 데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과 정책 변화는 러시아가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 새로운 정당성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다. 러시아 국영 TV에 등장한 강경파 정치학자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전쟁 중”이며, “유럽을 도덕적·정치적으로 붕괴시킬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푸틴 대통령 역시 “유럽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전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해 유럽 내 불안감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잇따라 방문하며 유럽의 지지를 공고히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국의 압박,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의 경고가 동시에 확산되며 유럽의 정치·안보 환경은 더욱 복잡한 국면에 들어섰다.
결국 트럼프와 유럽의 갈등은 단순한 외교적 논쟁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서방의 전략적 단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분열이 커질수록 푸틴이 얻는 이득도 커질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이 러시아에게 “가장 큰 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