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의 워란소-밀레 부르텔레에서 발견된 작은 발뼈 화석은 오랫동안 인류 진화 연구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왔다. 이 화석은 약 34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됐지만, 누구의 발이었는지는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발견 지점이 1974년 ‘루시(Lucy)’의 골격이 출토된 곳과 가까웠던 만큼,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루시의 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연관 지어 생각됐다. 그러나 발뼈의 형태는 루시와 분명히 달랐다.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들과 붙어 있어 나무를 오르내리는 데 더 적합한 구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자들은 발 화석만으로는 새로운 종을 정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부르텔 발’의 정체를 미스터리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이후 수년간 같은 지역에서 추가 화석들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턱뼈와 치아, 두개골 조각 등 새로운 증거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2015년 연구진은 이 화석들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인류 친척 종,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데이이레메다에 속한다고 보고했다. 다만 표본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학계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최신 연구는 이러한 논쟁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새롭게 발견된 A. 데이레메다(deyiremeda) 화석들과 과거의 부르텔 발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문제의 발뼈가 바로 이 종에 속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로써 약 340만 년 전, 루시의 종과 A. 데이레메다(deyiremeda)라는 또 다른 호미닌 종이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공존했다는 사실이 보다 분명해졌다.
이 발견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오랫동안 루시의 종은 약 380만 년에서 300만 년 전 사이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사실상 유일한 호미닌으로 여겨졌고, 이후 등장한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두 종의 공존은 초기 인류 진화가 단순한 직선 구조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뉜 복잡한 계통수였음을 시사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두 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갔다는 증거다. A. 데이레메다(deyiremeda)는 두 발로 걸었지만 발 구조는 나무 생활에 더 적합한 특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직립 보행이 이미 확립된 상태에서도 그 형태와 방식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요하네스 하일레-셀라시에 교수는 초기 인류 조상들에게는 “두 발로 걷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했으며, 훗날에야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의 보행 방식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식습관 역시 두 종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치아에 남아 있는 탄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A. 데이레메다(deyiremeda)는 주로 나무와 관목에서 얻은 음식을 섭취한 반면, 루시의 종은 풀을 포함한 보다 다양한 식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이동 방식과 식이 자원은 두 종이 같은 환경에서 경쟁 없이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러한 결과는 루시의 상징적 위치에도 질문을 던진다. 일부 연구자들은 A. 데이레메다(deyiremeda)가 더 오래된 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에서 갈라져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루시의 종이 현대 인류를 포함한 모든 후대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라는 기존의 그림은 수정이 필요해진다. 루시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이지만 인류 진화의 유일한 중심축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아직 가설의 단계에 있다. 어떤 종이 실제로 후대 인류로 이어졌는지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종이 그 연결고리였는지는 더 많은 화석이 말해 줄 문제다. 연구자들 역시 확정적인 결론보다는 인류의 가계도가 생각보다 훨씬 풍성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일레-셀라시에 연구팀은 조만간 다시 에티오피아와 인근 지역으로 돌아가 추가 발굴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 많은 A. 데이레메다(deyiremeda)와 A. 아나멘시스(anamensis) 화석이 발견된다면 약 300만~4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여러 인류 친척들이 어떻게 나뉘고 공존하며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층 더 선명해질 것이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단순한 한 줄의 계보가 아니라 여러 갈래가 얽힌 깊고 복잡한 서사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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