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영국 해군이 만든 거대 해상 정비시설, 길이 116m·중량 약 8600톤
- 1869년 영국서 버뮤다까지 6400㎞ 이동, 30여 년간 군함 정비에 활용
19세기 후반, 육지에 도크를 짓기 어려웠던 버뮤다에 거대한 해상 구조물이 등장했다. 대형 군함을 통째로 수면 위로 들어 올려 선체를 점검하고 수리할 수 있었던 영국 해군의 ‘HM Floating Dock Bermuda’다.
역사·고고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Archaeo Histories’는 28일 오후 11시 51분(한국시간) 공식 X 계정을 통해 당시 버뮤다에서 운용된 부유식 도크의 모습을 담은 자료를 소개했다.
이 시설은 건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도크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건식 도크처럼 육지를 파고 물을 빼내는 방식이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구조물 안으로 군함을 들인 뒤 부력을 이용해 선박을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방식이었다.
영국 왕립박물관 그리니치(Royal Museums Greenwich) 자료에 따르면 영국 해군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데에는 버뮤다의 지질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버뮤다는 다공성 석회암 지반이어서 당시 기술로는 물을 차단해야 하는 대규모 건식 도크를 건설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영국 해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육지가 아닌 바다 위에 정비시설을 띄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부유식 도크는 런던 노스울위치의 캠벨·존스톤 앤드 컴퍼니(Campbell, Johnstone & Co.)에서 건조됐다. 1866년 건조를 시작해 1868년 9월 진수됐으며, 길이는 약 381피트(116m), 폭 약 124피트(38m), 높이 약 74피트(22.6m)에 달했다. 카이슨을 포함한 중량은 약 8600톤이었다.
규모만큼 선박을 들어 올리는 능력도 상당했다. 1869년 제작된 관련 판화 자료에는 카이슨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약 8300톤급 선박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건조 비용은 당시 영국 의회 기록을 기준으로 24만7589파운드에 달했다.
완성된 도크를 버뮤다까지 운반하는 일도 대규모 작전이었다. 1869년 6월 영국을 출발한 도크는 대서양을 건너 약 3985마일(약 6413㎞)을 이동했다. HMS 노섬벌랜드와 HMS 애진코트를 비롯해 HMS 워리어, HMS 블랙 프린스, HMS 테러블 등이 견인 작업에 투입됐으며, 같은 해 7월 말 버뮤다에 도착했다.
작동 원리는 오늘날의 부유식 도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부 탱크에 물을 채워 도크를 가라앉힌 상태에서 선박을 안으로 이동시킨 뒤, 탱크의 물을 빼내 부력을 높이면 도크와 함께 선박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구조다. 이렇게 노출된 선체 하부를 점검하고 수리할 수 있었다.
특히 HM Floating Dock Bermuda는 도크 자체의 유지·보수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구조물을 한쪽으로 기울여 평소 물속에 잠겨 있던 부분을 수면 위로 드러내 청소하거나 정비할 수 있는 ‘셀프 케어닝(self-careening)’ 기능을 갖췄다. 따뜻한 바다에서 해양생물이 선체에 달라붙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 도크는 이후 30년 넘게 버뮤다의 영국 해군기지에서 군함을 정비하는 데 사용됐다. 다만 사용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자료별로 기록에 차이가 있다. Archaeo Histories는 1906년 교체됐다고 소개했지만, 영국 왕립박물관 그리니치는 새로운 대형 부유식 도크가 1902년 버뮤다에 도착해 기존 시설을 대체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른 자료에는 기존 도크가 1904년까지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어 정확한 퇴역 시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퇴역한 도크는 이후 버뮤다 스패니시 포인트(Spanish Point) 인근에 남겨졌으며, 일부 철제 구조물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HM Floating Dock Bermuda는 거대한 규모뿐 아니라 당시의 제한된 토목 여건을 해상 기술로 해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육지에 정비시설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에서 바다 위에 ‘움직이는 조선소’를 띄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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