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 주도의 작전으로 체포돼 해외로 압송됐다는 보도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또 다른 대외 행보가 서방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에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노골적인 압박이 서방 군사 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남미 정세를 뒤흔든 마두로 체포 작전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냉전 이후 보기 드문 주권국가 지도자에 대한 강제적 신병 확보”라며 국제 질서에 미칠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일부 유럽 외교 소식통들은 이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군사적 금기를 더 이상 중시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맥락 속에서 그린란드를 향한 워싱턴의 압박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시 한 번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하며, 군사적 옵션을 명확히 배제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마두로 사건 이후 미국의 행동 반경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유럽이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전국 생중계 연설을 통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녀는 “그린란드는 미국에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만약 미국이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서방 안보 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르몽드는 이 발언을 “덴마크 총리가 워싱턴을 향해 보낸 가장 직접적인 경고”라고 평가했다.
나토 내부의 불안감도 감지된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복수의 외교관을 인용해 “마두로 체포 이후, 그린란드 문제가 더 이상 가상 시나리오로 치부되지 않는다”며 “미국이 동맹국의 영토 문제를 힘으로 다루려 할 경우 나토의 집단 방위 원칙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덴마크 군 수뇌부는 러시아와 중국이 현재 그린란드에 즉각적인 군사 위협을 가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덴마크가 북극 지역에서 전례 없는 군사 훈련을 실시한 것은 외부 위협 억제라기보다 “워싱턴을 향한 정치적·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설에서 “마두로 체포로 국제 사회의 경계선이 한 차례 무너진 상황에서, 그린란드 문제는 다음 시험장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지가 서방 동맹의 결속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남미에서 시작된 충격이 북극으로 번지며, 세계는 다시 한 번 미국의 힘의 사용이 국제 규범과 동맹 질서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주시하고 있다. 마두로 사건이 ‘예외’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다음 행보에서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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