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다시 제기된 ‘안보상 그린란드 필요성’ 주장을 둘러싸고 덴마크 사회 전반에서 강한 반발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덴마크 언론들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외교적 설전이 아니라, 동맹의 근간과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는 덴마크 보수당 소속 라스무스 야를로프 의원의 발언이 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안보상의 이유로 필요로 한다는 주장에 대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일축했다. 야를로프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런 주장과 발언들이 사실상 “동맹국과 거의 전쟁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다”고까지 표현했다. 특히 미국 백악관 고위 인사의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해도 아무도 맞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린란드가 덴마크에 속하게 된 역사와 국제법적 배경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위험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덴마크 언론들도 이 같은 시각에 대체로 동조하고 있다. 주요 신문과 정치 전문 매체들은 덴마크의 그린란드 영유권이 국제적으로 가장 확고한 사례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조차 과거에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짚었다. 일부 논평은 미국 내에서 이러한 주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덴마크 사회에 불필요한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정치권의 반응 역시 초당적으로 강경하다. 야를로프 의원은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그린란드를 필요로 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에 대해 배타적이고 사실상 완전한 군사적 접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영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그린란드를 위협하는 국가는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미국”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해 파장을 키웠다.
덴마크 언론들은 이 발언을 단순한 과격한 수사로 치부하기보다는, 미국의 태도가 동맹국 간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러 신문은 만약 미국이 실제로 군사적 압박이나 행동에 나설 경우,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방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나토 회원국 간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야를로프 의원이 “미국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한다면 그 순간 나토 동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대목도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이와 함께 덴마크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시 그린란드 자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이 덴마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 만큼, 이번 논란 역시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종합하면, 덴마크 언론과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은 분명하다. 그린란드의 지위와 미래는 외부 강대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논의될 사안이 아니며, 덴마크와 그린란드 주민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원칙이다. 이번 논란은 덴마크 사회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그 한계와 전제를 분명히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시에 북극권 안보와 국제질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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