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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를 둘러싼 미·유럽 충돌... 거버넌스 차원에서 ‘두 거대 공룡의 싸움’은 시작되는가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1.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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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란드 문제로 관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미국과 유럽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래픽=ESG코리아뉴스]

 

그린란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국가들의 갈등이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와 국제 거버넌스의 균열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관세라는 전통적 무역 수단과 유럽연합(EU)의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가 동시에 거론되면서, 세계 최대 경제권 두 축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세 vs 무역 바주카포, 힘의 논리가 돌아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를 협상 카드로 삼아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서유럽 8개국에 대해 10%의 관세를 즉각 부과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동맹국을 상대로 한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조치로, 기존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맞서 유럽은 ‘강압 방지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이라는 별칭의 무역 바주카포를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수단은 미국 기업의 EU 시장 접근 제한, 서비스·금융 부문 규제, 수출 통제 등 비관세 영역까지 포괄하는 고강도 대응책이다. 애초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을 상정해 설계된 도구가 미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은 전례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 갈등을 넘어선 ‘거버넌스의 붕괴’


이번 대치가 갖는 핵심 의미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국제 거버넌스의 신뢰 붕괴다.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간 규범, 협정, 다자주의를 공유해온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관세의 일방적 부과와 협정 파기의 위협은 “약속은 언제든 정치적 판단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고 있다.


시카고대 스티븐 덜라우프 교수는 이를 두고 “미국의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투자 결정, 통상 규범 전반에 불확실성을 확산시키며,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럽의 딜레마, 의존과 저항 사이


유럽 역시 단순히 강경 대응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안보와 금융, 기술 측면에서 여전히 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ING는 관세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GDP가 올해에만 0.2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지도자들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는, 이번 사안을 방치할 경우 EU의 전략적 자율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그린란드 문제는 영토·안보·자원이라는 복합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단순한 무역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과 거버넌스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두 거대 공룡의 싸움, 누가 이득을 보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충돌은 미·유럽 어느 쪽에도 명확한 승자를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투자와 채용을 미루고 있고, 유럽은 대체 시장을 찾기 위해 메르코수르, 중국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와 EU가 미국을 우회한 새로운 무역 질서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점에서 이번 갈등을 “두 거대 공룡의 싸움”에 비유한다. 힘은 막강하지만, 충돌 과정에서 주변 생태계—즉 글로벌 경제와 중소국, 기업—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이번 대치는 관세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무엇으로 운영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규범과 협정 중심의 거버넌스가 힘의 정치로 대체된다면, 이는 미·유럽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경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충돌이 일시적 정치적 압박으로 끝날지, 아니면 거대 경제권 간 장기적 패권 경쟁의 서막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이미 두 거대 공룡의 싸움을 현실로 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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