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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본 세계 ⑧] 스페인서 발굴된 2,200년 전 코끼리 뼈… 한니발 ‘전쟁 코끼리’ 서유럽 첫 물증 되나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2.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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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3세기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전투 코끼리의 상상도 [사진=Gemini 생성 이미지]

 

기원전 3세기 지중해 세계를 뒤흔든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상징, ‘전쟁 코끼리’가 실제로 이베리아 반도에 존재했다는 물리적 증거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스페인 남부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굴된 코끼리 발목뼈가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결과 전쟁 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니발이 이끌었던 카르타고 군대의 코끼리 부대와의 연관 가능성이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고고학 과학 저널: 보고서(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에 게재됐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의 콜리나 데 로스 케마도스(Colina de los Quemados) 유적에서 발견된 코끼리 거골(발목뼈)을 분석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포에니 전쟁 시기와 겹쳐


연구진은 가속기 질량분석기(AMS)를 이용한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통해 해당 뼈가 기원전 4세기 초~3세기 말 사이에 살았던 개체의 것임을 확인했다. 이 시기는 제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201년) 전후와 겹친다.


당시 북아프리카의 도시국가 카르타고는 로마 공화국과 지중해 패권을 두고 충돌했다. 고대 사료에 따르면 한니발은 기원전 218년 이베리아에서 출정해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진군했으며, 약 37마리의 코끼리를 이끌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유럽 지역에서 카르타고 군 전투 코끼리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헌 기록은 풍부했지만 물리적 증거는 부재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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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르도바 시의 콜리나 데 로스 케마도스 유적지에서 코끼리 발목뼈를 발견 [사진=아구스틴 로페스 히메네스, 그래픽=ESG코리아뉴스]

 

“군사적 맥락” 뒷받침하는 유물들


논문에 따르면, 코끼리 뼈가 발견된 지층에서는 포병용으로 추정되는 구형 석탄환 12개와 투사체, 화살촉 등도 함께 출토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물 조합이 “군사적 맥락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연구의 주저자인 마드리드 자치대학교 고고학자 페르난도 케사다-산스는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전투 코끼리는 단순한 전력 자산이 아니라 위신과 공포를 동시에 상징하는 심리적 무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코끼리가 기병대를 무력화하고 적 보병 대형을 붕괴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한 고대 문헌에 기록된 ‘이베리아에 남겨진 21마리의 코끼리’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니발이 알프스 원정을 단행하기 전 일부 전력을 남겨두었다는 기록과 이번 발굴 지점의 연대 및 군사 유물 맥락이 부분적으로 부합한다는 것이다.


뼈 하나의 한계와 가능성


다만 연구진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단 하나의 발목뼈만으로 해당 장소에 코끼리 전체가 매장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전리품이나 상징적 기념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논문은 “현재까지의 역사적·고고학적 기록을 종합할 때 제2차 포에니 전쟁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설명이 가장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웨일스 카디프 대학교의 고대사 연구자 이브 맥도널드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해외 언론을 통해 “카르타고가 기원전 3세기 이베리아에 코끼리를 도입했다는 오랜 가설에 물리적 증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문헌에서 유물로… 전설의 검증 단계


한니발과 전쟁 코끼리는 고대 로마 사가들에 의해 극적으로 묘사되며 수천 년 동안 전설처럼 전해져 왔다. 그러나 역사학과 고고학은 이제 서사에서 증거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번 발견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미분류 동물 뼈 유물들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한다. 연구진은 향후 발굴 현장에서 대형 포유류 뼈가 발견될 경우 정밀 동정과 연대측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발목뼈 하나가 고대 지중해 세계 최강 군사 전략가의 실재 행적을 다시 조명하게 만들고 있다. 전설 속 알프스를 넘던 코끼리의 발자국이 이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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