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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본 세계 ⑪] 지옥 아래 숨 쉬는 대륙… 아파르(Afar), 새로운 바다가 태어나는 곳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3.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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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 아파르(Afar) 분지의 용암호와 열곡 지형 [사진=Tripadvisor]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열기,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황량한 대지, 그리고 끓어오르는 용암호. 아파르 지역은 인간에게는 ‘지옥 같은 낙원’으로 불리지만, 지구과학자들에게는 지구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창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륙이 갈라지고, 미래의 바다가 태어나고 있다.


세 개의 열곡이 만나는 지구의 ‘갈라진 심장’


아파르는 지구에서 가장 독특한 지질학적 위치에 있다. 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동아프리카 열곡, 홍해 열곡, 아덴만 열곡이라는 세 개의 판 경계가 만나는 ‘삼중 접합부(triple junction)’다.


이곳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이 서서히 찢어지고 있다. 지각판이 양쪽으로 벌어지면서 그 아래의 맨틀이 상승하고, 압력이 낮아지며 부분적으로 녹아 마그마를 형성한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결국 대륙은 완전히 분리되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해양 분지가 탄생한다.


즉, 아파르는 수천만 년 뒤 형성될 ‘미래의 바다’를 현재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다.


물에 잠기지 않은 해저, 드러난 지구 내부


일반적으로 해저는 이미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어 직접 관찰이 어렵다. 그러나 아파르는 다르다. 아직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 단계이기 때문에, 해저 형성과 유사한 지형이 지표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 점이 아파르를 과학적으로 특별하게 만든다. 연구자들은 해저 확장(mid-ocean ridge)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잠수정 없이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다나킬 분지는 지구에서 가장 낮고 뜨거운 지역 중 하나로 소금 평원, 열수 활동, 화산 활동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곳에 위치한 에르타 알레 화산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용암호를 보유한 드문 화산으로 ‘지옥의 관문’이라는 별칭을 갖는다.


맨틀은 고요하지 않다… ‘맥동하는 플룸’의 발견


최근 발표된 연구는 아파르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하는 맨틀 플룸(plume)이 단순한 기둥이 아니라 ‘맥동하는 구조’임을 보여주었다.


기존에는 맨틀에서 올라오는 물질이 비교적 균질하고 일정한 흐름을 가진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분석은 전혀 다른 그림을 제시한다. 플룸 내부에는 온도, 용융 정도, 화학 조성이 서로 다른 물질들이 섞여 있으며, 이들이 마치 심장 박동처럼 주기적으로 변동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맥동이 세 개의 열곡대 각각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맨틀이 단순히 위로 솟아오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위에 놓인 지각판의 구조와 운동에 ‘반응하는 역동적 시스템’임을 의미한다.


대륙 분열은 ‘현재진행형’이다


대륙 분열은 수억 년에 걸쳐 반복되어 온 지구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과거 대서양 역시 하나의 초대륙이 갈라지며 형성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과정은 이미 바닷속에서 완료된 상태로 관측된다. 반면 아파르는 분열의 ‘후기 단계 직전’을 보여준다. 즉, 대륙이 갈라지고 해양 지각이 형성되기 직전의 순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르는 단순한 화산 지대가 아니라 대륙이 바다로 전환되는 ‘임계 상태(critical transition)’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 실험실로 평가된다.


왜 과학자들에게는 ‘천국’인가


극한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파르가 과학자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지구 내부 과정이 지표 가까이에서 관찰된다.

둘째, 대륙 분열, 화산 활동, 열수 시스템이 동시에 나타난다.

셋째, 해저 확장 과정의 초기 단계를 직접 연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지역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다.


지구는 여전히 ‘형성 중’이다


아파르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지구는 이미 완성된 행성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진행 중인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서 있는 대륙은 영원하지 않다. 수천만 년 뒤, 이곳은 하나의 바다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점이 바로 지금 아파르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옥처럼 보이는 풍경 아래에서 지구는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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