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시장이 중동 분쟁의 여파로 심각한 충격에 직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가 “역사상 세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하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에서 비롯됐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핵심 통로로,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던 곳이다. 그러나 2월 28일 시작된 분쟁 이후 해상 운송이 거의 중단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선박 운항 차질과 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하루 1,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을 감축했다. 이로 인해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역시 급등세다. 3월 한 달 동안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0% 이상 상승했고,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역시 60% 이상 올랐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경유와 항공유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하며 산업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유 부문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걸프 지역 정제 시설 중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생산능력이 공격과 수출 차질로 가동을 멈췄다. 디젤과 항공유 등 ‘중간 유분’ 제품은 이미 공급 부족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이를 대체 생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천연가스 시장도 불안정하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LNG 공급은 하루 3억 세제곱미터 이상 감소했으며, 이는 주간 기준 20억 세제곱미터 이상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LNG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 라판 단지는 공격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해 IEA 회원국들은 3월 11일 긴급회의를 열고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상 석유 비축량 방출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는 1974년 IEA 설립 이후 여섯 번째 공동 방출 조치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현재 전 세계 석유 재고는 약 82억 배럴 수준으로, 이 중 상당량이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정부 및 산업 비축분이다. IEA는 이러한 비축 자원을 활용해 단기적인 공급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EA는 동시에 각국 정부에 수요 관리 정책도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 절감과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이번 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LNG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안보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IEA는 앞으로도 각국과 협력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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