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차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시간이 반드시 러시아의 편이라는 초기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서방 정보기관과 국제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선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막대한 인명 손실, 경제 구조의 피로 누적, 내부 동원 부담,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세가 겹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공간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CNN 인터뷰에서 카우포 로신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장은 “시간은 러시아 편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러시아가 지금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현재의 손실 규모를 감당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의미 있는 돌파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서방 안보 분석기관들은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 기대했던 속도와는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년간 하루 평균 약 70미터 정도 전진하는 데 그쳤지만, 그 과정에서 매일 수백에서 천 명 이상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측에서도 러시아군의 월간 전사 규모가 수만 명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양상 자체도 러시아에 불리하게 변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드론 전력을 핵심 전술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기갑 돌파전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과 요격 드론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며 러시아 본토 깊숙한 지역의 정유시설과 군수 거점을 반복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전선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국 후방 방어까지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러시아 경제에 점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의 석유 및 에너지 산업은 국가 재정의 핵심 축이지만, 최근 수개월 동안 정유시설과 수출 거점이 반복적으로 공격받으면서 생산 차질과 복구 비용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서방 제재와 군사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러시아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춰야 했다.
러시아 내부의 구조적 피로감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부분 동원령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는 징집 회피와 대규모 해외 탈출, 반전 시위가 이어졌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고액 보너스와 각종 혜택을 동원해 자원병 모집을 유지해 왔지만, 경제 여건 악화로 이러한 방식 역시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돈바스 전역을 완전히 장악하려면 결국 추가적인 대규모 동원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내부 불안정과 정치적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위험한 선택지다. 크렘린궁이 공개적인 총동원 체제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 역시 사회적 반발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기대했던 ‘서방 피로감’ 전략도 예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방산 생산 확대와 에너지 구조 전환을 통해 장기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 역시 동유럽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서방의 군사·정보 지원을 바탕으로 전쟁 수행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단기간 내 전쟁 목표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군사적으로 निर्ण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겨울철 에너지 공격이나 정치·심리전, 친러 성향 세력 지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국가 체력과 사회 지속 가능성을 겨루는 소모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전의 특성상 인구와 경제 규모, 기술 혁신, 국제 협력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러시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구조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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