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 위기 대응, 연구의 지속성과 정부 지원이 관건이다
2022년 봄, 우리 농업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했다.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통의 절반 이상이 비어 버렸고, 평생 벌을 키워 온 농가조차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 양봉 농가의 피해도 컸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우리 농업 생태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꿀벌의 집단 폐사는 단순히 양봉 산업의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과수와 채소, 특용작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은 농업 생산의 핵심적인 매개체다. 사과, 배, 딸기, 참외 등 많은 작물이 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농업 생산 기반이 흔들린다는 의미이며, 더 나아가 식량 생산 체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촌진흥청, 기상청,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원인조사 대책 TF가 구성되었다. 꿀벌 실종의 원인이 단일 요인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병해충, 기후변화, 먹이 부족, 농약 영향 등 다양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다부처 공동 연구사업도 추진되었다.
지난 3년 동안 진행된 1단계 연구는 우리나라 꿀벌 위기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꿀벌 폐사와 관련된 주요 병해충의 확산 양상, 기후변화가 월동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 밀원식물 감소 문제, 농약과 환경 스트레스의 복합적 영향 등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이상 고온과 갑작스러운 한파 등 기상 변동성이 꿀벌 월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기후 위기 시대 농업이 직면한 새로운 위험 요인을 보여 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꿀벌 집단 폐사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완전히 규명했다고 보기 어렵고, 현장 농가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기술도 충분하지 않다. 병해충 관리 기술의 고도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양봉 관리 기술 개발, 안정적인 밀원식물 확보, 생태계 기반 관리 체계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2단계 연구다. 앞으로의 4년은 단순한 원인 분석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단계가 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강한 꿀벌 관리 기술, 스마트 양봉 시스템 구축, 지역 단위 밀원식물 관리 전략, 병해충 조기 예측과 대응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구는 단지 양봉 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농업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는 정부의 연구 지원 규모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꿀벌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꿀벌 생태계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연구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위기를 반복해서 겪을 수도 있다.
꿀벌은 ‘작은 곤충’이지만 그 역할은 절대 작지 않다. 세계 식량 생산의 상당 부분이 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꿀벌은 생태계 건강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꿀벌을 지키는 일은 곧 농업을 지키는 일이며, 나아가 국민의 식량 안보를 지키는 일이다.
2022년 100억 마리 꿀벌 실종 사태는 우리 농업이 얼마나 취약한 생태적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 준 경고였다. 그 경고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꿀벌 연구와 대응 정책은 더욱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지속성과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다. 2단계 연구가 충분한 규모와 기간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꿀벌 연구는 단순한 산업 지원 사업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식량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꿀벌을 지키기 위해 투자하는 연구와 정책은 결국 미래 기후 위기 시대 농업을 지키는 보험과도 같다. 정부의 더 확대된 연구비 지원과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이어질 때, 우리는 꿀벌 위기를 넘어 더 탄탄한 농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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