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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사건이 끝난 뒤가 아닌 ‘벌어지는 순간’ 그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9.0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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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과 빛, 움직이는 칼과 흐르는 피와 함께 400여 년 전 회화가 만들어낸 생생한 현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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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사진=Art Gallery X]

 

“카라바조는 왜 자신의 시대에 그토록 유명해졌을까.”


미술 전문 X 계정 ‘Art Gallery’가 7일 게시한 글에서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를 소개하며 던진 질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영화와 TV, 사진을 통해 수많은 폭력의 장면을 접한다. 하지만 약 400년 전의 사람들에게 상황은 달랐다. Art Gallery는 카라바조의 그림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낯설고 강렬하게 다가왔을지를 작품 속 한순간에 주목해 설명했다.


“칼과 피, 홀로페르네스의 얼굴, 유디트의 손을 보라.”


그림 속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홀로페르네스는 살아 있고 유디트의 칼은 움직이고 있으며 목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온다. 살인이 끝난 뒤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을 화면에 멈춰 세운 것이다.


작품은 구약성서 외경에 나오는 유디트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유디트는 자신의 도시를 위협하는 적장 홀로페르네스에게 접근한 뒤 그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목을 벤다. 카라바조가 선택한 것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다.


홀로페르네스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입을 벌리고 있고, 유디트는 몸을 뒤로 물린 채 두 손으로 칼과 그의 머리를 붙잡고 있다. 옆에서는 늙은 하녀가 이를 지켜본다.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빛과 어둠의 대비가 한데 겹치면서 오래된 성서 이야기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다가온다.


로마 국립고전미술관(Gallerie Nazionali di Arte Antica) 역시 이 작품의 이러한 표현 방식에 주목해 왔다. 2021년 팔라초 바르베리니에서 열린 ‘카라바조와 아르테미시아: 유디트의 도전’ 전시에서는 카라바조가 참수 장면을 극적인 사실성으로 표현하면서 이전의 회화와 구별되는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조명됐다.


다만 이 작품 자체가 카라바조를 당대의 유명 화가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작품은 로마의 은행가이자 카라바조의 주요 수집가였던 오타비오 코스타(Ottavio Costa)를 위해 제작됐다. 팔라초 바르베리니 자료에 따르면 코스타는 이 그림을 매우 아껴 외부 공개를 제한했고, 이 때문에 당시 실제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사람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카라바조 회화가 왜 혁신적으로 평가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성서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정돈하거나 이상화하기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끌어당겼다.


특히 강한 명암 대비는 이러한 효과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깊은 어둠을 배경으로 빛을 받은 인물들이 화면 앞으로 떠오르고, 관람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디트의 손과 칼, 홀로페르네스의 얼굴로 향한다. 멀리 떨어진 과거의 이야기를 바라본다기보다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 가까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Art Gallery도 바로 이 지점을 강조했다. 영화도, 텔레비전도, 사진도 없었던 1600년 무렵 이런 장면을 그림으로 마주하는 경험을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게시물은 이를 “충격적이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표현하며 카라바조의 비결 가운데 하나는 관람자에게 “마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현재 이탈리아 로마 팔라초 바르베리니에 소장돼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1971년 매입했으며, 오늘날 카라바조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40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카라바조의 관람객보다 훨씬 많은 이미지를 접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 앞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끝난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듯한 한순간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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