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제재 완화·봉쇄 해제 조건으로 7일 내 해협 정상화 제안, 트럼프 “받아들일 수 없어”
- 카타르 등 중재로 간접 협상 계속, 세계 에너지 핵심 통로 호르무즈 향방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별개로 중재국을 통한 미국 정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혀 협상의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 방안에 대해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 제시한 조건으로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해협을 조속히 재개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 자체에는 열려 있지만 현재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란이 미국에 전달한 방안은 일종의 ‘7일 로드맵’이다. 미국이 이란 측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면 일주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선박 통행을 회복하고, 중단된 핵 협상도 다시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이란은 미국에 해상 봉쇄 해제와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 군사행동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AP는 이란이 요구한 휴전 범위에 레바논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이 필요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계획을 즉시 가동할 수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항행을 회복한 뒤 미국과 핵 문제를 포함한 협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안은 지난 6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마련됐던 합의의 틀을 상당 부분 되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제재와 군사행동, 해상 봉쇄 등의 문제가 논의됐지만 이후 충돌이 다시 격화되면서 합의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미국은 현재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양측이 중재국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서둘러 합의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이루려면 상당한 시간과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아락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발언이 나온 뒤 미국 측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통령의 발언과 중재자를 통해 전달되는 공식 입장은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데 필요한 조건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조치가 선행돼야 해협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미국과의 협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합의와 협상 이후에도 공격과 제재가 이어졌다며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도 외교적 해결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는 상당하지만 외교 채널까지 끊어진 상황은 아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이 양측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공식 답변을 확인한 뒤 다음 대응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상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갖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는 하루 평균 약 2천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당시 전 세계 석유·석유제품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이곳을 지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로 향한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에너지 소비국은 중동산 원유와 LNG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선박 운항이 제한되면서 원유와 LNG 수송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역시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과 이란만의 외교 현안으로 보기 어렵다. 해협의 정상화 여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까지 연결돼 있다.
양측의 협상 조건도 단순한 ‘해협 개방’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란은 해협 재개와 핵 협상 복귀를 미국의 제재 완화와 해상 봉쇄 해제, 군사행동 중단 문제와 연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의 안보 문제까지 포함하는 보다 폭넓은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은 미국과 이란이 서로 무엇을 먼저 내놓을 것인지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압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놓은 첫 제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이란은 아직 협상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미국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며 중재국을 통한 외교 채널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정상적인 항로로 돌아갈지, 군사적 긴장의 중심에 계속 남을지는 미국과 이란이 제재와 봉쇄, 핵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