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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안’ 거부…테헤란은 공식 답변 기다린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9.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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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제재 완화·봉쇄 해제 조건으로 7일 내 해협 정상화 제안, 트럼프 “받아들일 수 없어”
  • 카타르 등 중재로 간접 협상 계속, 세계 에너지 핵심 통로 호르무즈 향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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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헬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The White Hou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별개로 중재국을 통한 미국 정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혀 협상의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 방안에 대해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 제시한 조건으로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해협을 조속히 재개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 자체에는 열려 있지만 현재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란이 미국에 전달한 방안은 일종의 ‘7일 로드맵’이다. 미국이 이란 측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면 일주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선박 통행을 회복하고, 중단된 핵 협상도 다시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이란은 미국에 해상 봉쇄 해제와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 군사행동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AP는 이란이 요구한 휴전 범위에 레바논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이 필요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계획을 즉시 가동할 수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항행을 회복한 뒤 미국과 핵 문제를 포함한 협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안은 지난 6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마련됐던 합의의 틀을 상당 부분 되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제재와 군사행동, 해상 봉쇄 등의 문제가 논의됐지만 이후 충돌이 다시 격화되면서 합의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미국은 현재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양측이 중재국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서둘러 합의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이루려면 상당한 시간과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아락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발언이 나온 뒤 미국 측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통령의 발언과 중재자를 통해 전달되는 공식 입장은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데 필요한 조건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조치가 선행돼야 해협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미국과의 협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합의와 협상 이후에도 공격과 제재가 이어졌다며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도 외교적 해결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는 상당하지만 외교 채널까지 끊어진 상황은 아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이 양측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공식 답변을 확인한 뒤 다음 대응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상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갖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는 하루 평균 약 2천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당시 전 세계 석유·석유제품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이곳을 지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로 향한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에너지 소비국은 중동산 원유와 LNG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선박 운항이 제한되면서 원유와 LNG 수송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역시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과 이란만의 외교 현안으로 보기 어렵다. 해협의 정상화 여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까지 연결돼 있다.


양측의 협상 조건도 단순한 ‘해협 개방’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란은 해협 재개와 핵 협상 복귀를 미국의 제재 완화와 해상 봉쇄 해제, 군사행동 중단 문제와 연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의 안보 문제까지 포함하는 보다 폭넓은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은 미국과 이란이 서로 무엇을 먼저 내놓을 것인지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압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놓은 첫 제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이란은 아직 협상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미국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며 중재국을 통한 외교 채널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정상적인 항로로 돌아갈지, 군사적 긴장의 중심에 계속 남을지는 미국과 이란이 제재와 봉쇄, 핵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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