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7세 약 2억4000만 명, 신체활동 부족, 매일 60분 활동하는 청소년은 14%
- 15년째 개선 없는 청소년 운동 실태, 여학생 활동 부족 더욱 심각
전 세계 청소년 4명 중 1명은 일주일 동안 단 하루도 60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60분 이상 몸을 움직이는 청소년은 14%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WHO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글로벌 연구 결과를 5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소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11~17세 청소년 가운데 약 2억4000만 명이 최근 일주일 동안 어느 하루도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60분 이상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청소년들이 일주일에 60분 이상 신체활동을 한 날은 평균 2.7일에 그쳤다. 특히 이러한 수준이 지난 15년 동안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0개국 청소년 320만 명 조사…15년째 제자리
이번 연구는 140개 국가와 지역에서 실시된 389건의 인구 기반 조사 자료를 종합한 것으로, 320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The Lancet Global Health)'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이 최근 7일 동안 하루 60분 이상의 중강도 또는 고강도 신체활동을 한 날이 며칠인지 분석했다. 여기서 신체활동은 별도의 운동 수업이나 스포츠 활동뿐 아니라 걷기, 자전거 타기, 놀이 등 일상에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포함한다.
WHO가 제시한 기준으로 보면 청소년의 약 25%는 일주일 동안 단 하루도 60분 이상 활동하지 않았다. 반면 일주일 내내 매일 60분 이상 신체활동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였다.
이는 청소년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루 60분이라는 조사 기준을 충족한 날이 없었다는 뜻이다. 짧은 시간 걷거나 뛰는 활동을 했더라도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신체활동을 충족한 날로 집계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WHO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WHO가 2030년까지 신체활동 부족 비율을 2010년 대비 15% 상대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재 추세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학생 신체활동 부족, 남학생보다 심각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60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한 날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학생이 28%로, 남학생 22%보다 6%포인트 높았다.
반대로 매일 60분 이상 활동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학생이 17%였지만 여학생은 11%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일부 국가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WHO에 따르면 거의 모든 조사 대상 국가와 WHO 지역에서 여학생의 신체활동 수준이 남학생보다 낮았다.
국가별 격차도 컸다. 하루 60분 이상 활동한 날이 없는 청소년의 비율이 약 4%에 불과한 국가가 있는 반면, 40%를 넘는 국가도 있었다.
이는 청소년의 신체활동이 개인의 생활습관뿐 아니라 교육 환경과 지역사회 여건, 사회문화적 요인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WHO는 특히 여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신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장애 요인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 부족,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
청소년기의 신체활동은 현재의 건강뿐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WHO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청소년의 심폐체력과 근육·뼈 건강을 증진하고, 인지기능과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신체활동 부족은 심혈관질환과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등 비감염성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소년기는 신체가 성장하고 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활동적인 생활방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WHO는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걷기와 자전거 타기, 스포츠와 놀이 등 다양한 신체활동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체활동은 반드시 별도의 운동시설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오가는 길이나 쉬는 시간, 친구들과의 놀이, 지역사회에서의 여가활동도 건강을 위한 움직임이 될 수 있다.
다만 활동량이 적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질환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체활동 부족은 여러 건강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이며, 개인의 건강 상태에는 다양한 생활환경과 생물학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WHO “청소년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
WHO는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을 개인의 의지나 노력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지난 15년 동안 청소년의 신체활동을 늘리는 데 거의 진전이 없었으며, 특히 여학생들이 더욱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라며, 학교와 거리,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움직이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소년의 신체활동 기회는 거주 지역과 학교 환경, 교통수단, 공공공간의 접근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부족하거나 가까운 곳에 운동할 공간이 없다면 일상에서 몸을 움직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문화적 인식도 신체활동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화면을 중심으로 한 생활방식이 확대되는 것도 청소년의 활동적인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다만 WHO는 신체활동 부족의 원인을 특정 요인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학교·도시·지역사회가 함께 바뀌어야
WHO는 청소년의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 교육과 교통, 도시계획, 체육, 보건 분야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는 체육수업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방과 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몸을 움직일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안전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공원과 생활체육 공간을 마련해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신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별이나 경제적 여건,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운동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청소년의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동을 특별한 활동으로 구분하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친구들과 야외에서 놀거나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 역시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WHO가 이번 조사에서 강조한 것은 청소년 개개인의 운동량을 늘리는 문제를 넘어, 모든 청소년에게 신체활동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청소년 4명 중 1명이 일주일 동안 하루 60분의 신체활동 기준을 한 번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는 건강한 성장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과 함께, 누구나 안전하고 부담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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