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톤의 이데아에서 현대 친환경 건축까지… 예술·철학·도시 공간을 관통한 ‘공간철학’ 강의
제4기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12주차 강의가 11월 27일(목) 여의도 FKI 가넷홀에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윤재은 교수의 ‘공간 철학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윤 교수는 “예술의 가치는 누구도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하며, 31년간 건축과 철학을 넘나들며 ‘공간’의 본질을 탐구해온 여정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의 본질’과 ‘공간철학’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아름다움은 물질이 아니라 '본질'에 있다
윤 교수는 먼저 “아름다움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물질적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본질·정신·직관의 영역에 존재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플라톤의 이데아·미메시스를 언급하며 “사과, 조각품, 풍경처럼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은 모두 잠시 머무는 그릇일 뿐이며, 우리는 그릇을 통해 원형을 추론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카소, 마티스, 백남준이 당대에는 아무도 ‘예술’이라 부르지 않던 것에서 새로운 원형을 발견했기 때문에 예술이 된 것”이라고 말하며, 아름다움은 “훈련된 정신의 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술을 만드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사유입니다"
강의에서 그는 마르셀 뒤샹의 ‘샘’과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예로 들며 예술의 본질이 ‘사유’에 있음을 강조했다.
“소변기가 예술이 된 것은, 뒤샹이 그 안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본 사유의 행위 때문입니다. 예술을 만드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정신입니다.”
윤 교수에게 예술은 물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행위’, 즉 사유의 결과물이다.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것의 경계
윤 교수는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것의 구조를 명확히 구분했다.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 이데아의 영역에 속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아름다운 것들은 늘 변하고 소멸하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본 적이 없다. 다만 아름다운 것을 통해 그 원형을 추론할 뿐”이라며, 본질과 현상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간철학’—건축은 형태를 넘어 사유로 완성된다
윤 교수는 자신이 오랜 시간 연구해 정립한 ‘공간철학’의 개념도 소개했다. 그는 건축을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공간이 지닌 의미와 관계를 해석하는 정신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기존 건축이 ‘형태 중심’ 관념에 머물러 있었다면, 공간철학은 건축·미학·역사·철학을 통합해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새로운 학문적 시도다. 윤 교수의 연구는 국제 학술지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도 정식 개념으로 인정받았다.
지속가능한 건축, “건축의 미래는 자연·기술·사유의 결합”
윤 교수는 지속가능한 건축이 “기술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애틀의 ‘불릿 센터’를 예로 들며, 건물의 수명을 250년으로 확장한 설계 철학이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펜하겐의 ‘리소스 로우’처럼 폐자재를 재활용하는 건축은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다시 읽는 사유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생태 건축 ‘하이페리온 아파트먼트’와 같은 사례도 소개하며, 미래 건축은 자연·기술·사유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시민 공간으로 확장한 ‘아마게르 바케’, 감옥을 사회복지 공간으로 재생한 ‘엘 로저 센터’를 언급하며 “지속가능한 건축은 철거가 아니라 해석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예술·철학·공간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
강연을 마무리하며 윤 교수는 공간철학이 결국 지속가능성을 향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철학·공간은 모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입니다. 우리의 눈앞에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뒤의 본질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건축도 결국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는 사유의 문제입니다.”
그는 깊이 있는 사유와 철학 위에서 지속가능한 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제4기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마지막 강의를 마무리 했다.
한편,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은 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하는 ESG 리더 교육 프로그램으로, 현재 'ESG with AI'를 주제로 4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5기 과정은 내년 3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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