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족들의 슬픔과 함께 항공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는 광주·전남 지역 유가족들이 참여한 추모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유가족 대표로 편지를 낭독한 고(故) 희생자의 아버지 김영현 씨는 아내와 두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김 씨는 “가족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지 오늘로 364일째”라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빠가 너무나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그는 편지 속에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마웠다’는 말을 반복하며,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30여 명의 유가족들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깊은 슬픔을 함께했다.
이번 참사는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 항공 사고로, 많은 이들에게 ‘왜 막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에서 “1년이 지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책임 있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유가족의 슬픔은 결코 아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추모대회 내내 ‘책임을 규명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묵념을 시작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사 경과 영상 상영,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의 추모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광주 학동 참사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들도 함께해 연대의 뜻을 나누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1주기를 계기로 국가의 항공 안전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항공기 정비·운항 관리, 안전 규정의 실효성,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사고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가족들은 29일까지를 공식 추모 기간으로 정했으며, 1주기 당일에는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그들에게 1주기는 시간이 흘렀음을 의미하기보다, 여전히 멈춰 있는 진실과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는 시간이다.
희생자들을 향한 유가족의 눈물 앞에서, 국가는 이제 답해야 한다. 왜 이 사고를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추모는 기억에서 끝나지 않는다. 안전으로 이어질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BEST 뉴스
-
자연과 전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사진=셀리맘아트] 인공지능이 이미지와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내는 시대, 아이들은 미래에 무엇을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할까. 자연과 생명,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가 서... -
[현장]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청소년들이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ESG코리아뉴스]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명, 잊혀가는 전통과 문화를 예술로 기억하고 미래로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개막식... -
[문화의 현장]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
▲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 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중 가나아트센터 계단에서의 머포먼스 모습. [사진=이경미 박사 제공] 늘 걷던 길도 걷는 방식을 바꾸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계단에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산등성이의 선을 따라가며, 오...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①] 초콜릿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마야 신화 속 카카오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카카오의 기원에서 출발해 마야의 신화와 문화, 아즈텍 사회의 카카오, 유럽으로 건너간 뒤 달라진 초콜릿, 오늘날 한 조각의 초콜릿... -
[갤러리] 청년 환경예술가 오유나의 'Fragments of Self'
▲오유나 作, Fragments of Self [사진=오유나] 〈Fragments of Self〉를 처음 구상했을 때 저는 무의식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경험과 기억,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저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1편에서는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에서 확인된 카카오 이용의 흔적과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