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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서 55만 명 시위…청년들의 교육 불만이 사회 전반의 분노로 확산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1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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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부족·교육환경 악화에 항의한 학생 시위, 고물가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확대
  • 파리 11만 명 등 전국 곳곳서 대규모 집회, 일부 지역 방화·약탈로 약 400명 체포
  • 공교육 위기와 생활비 부담에 세대 간 불만 결집, 마크롱 정부의 대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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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의 현장 [사진=World Riots Facebook 영상 캡쳐]

 

프랑스에서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로 시작된 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고 있다. 교사 부족과 열악한 학교시설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에 고물가와 경제적 불평등, 공공서비스 약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프랑스 사회에 쌓여 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모습이다.


CNN과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약 55만 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에 항의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 110개 시위에 약 55만 명이 참여했으며, 수도 파리에서만 11만 명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시위 주최 측은 전국 참가 인원을 약 80만 명으로 추산했다.


시위는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렌, 릴, 보르도 등 주요 도시에서 이어졌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공공건물에 불이 나거나 상점이 약탈당하는 등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교사 부족에 거리로 나온 학생들…교육 문제에서 사회 문제로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프랑스 일부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낡은 학교시설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확충, 교육재정 확대를 요구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시설을 개선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들의 요구에는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교사와 교육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지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학생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교육 기회의 차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도 학생들과 대화에 나섰다. 에두아르 제프레 교육부 장관은 최근 몇 주 동안 학생 대표들과 여러 차례 면담했지만 아직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시작한 시위에는 점차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은퇴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육환경 개선을 넘어 임금과 연금, 사회보장제도, 생활비 부담 등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문제들이 함께 제기되면서 시위의 규모와 성격도 달라졌다.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세대를 넘어선 불만


이번 시위에서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주요하게 나타났다.


파리 시위에 참여한 36세 여성 폴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부와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을 지지하기 위해 시위에 나왔다며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사회 전체의 흐름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38세 여성 루이즈 역시 마크롱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주의가 약화하고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대 자산가들의 언론 소유와 영향력을 언급하며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들의 목소리는 이번 시위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 프랑스 사회의 경제적 격차와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는 생활비 부담과 조세 불평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대됐다.


이번에도 교육 문제에서 출발한 시위가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약화,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파리 도심에 최루가스…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약탈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파리에서는 17일 저녁 시위가 마무리될 무렵 일부 참가자들이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진압 장비를 동원해 대응했으며, 공화국광장과 북역 주변에서도 긴장이 이어졌다.


중부 도시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에 침입한 사람들이 불을 지르면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1883년 준공된 역사적인 시청 건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 건물이 화재 피해를 입었고, 마르세유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시청에 진입해 시설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르도에서는 지방정부 관계자의 관저가 공격받는 등 여러 도시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17일 밤 기준 약 400명이 체포됐으며 경찰 등 치안 인력 60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CNN이 시위 진행 중 보도한 체포 인원 195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다만 프랑스 당국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대다수 시민이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도 논란…시위 참가자 중상 잇따라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와 함께 경찰의 대응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앞서 진행된 시위에서 14세 소년이 턱뼈 골절상을 입었으며, 북서부 알랑송에서는 경찰관이 소녀의 목을 조르는 방식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촬영돼 비판이 제기됐다.


17일 생테티엔에서는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손을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경찰의 진압용 수류탄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보도했으며, 프랑스 경찰감찰기구인 IGPN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랑스에서도 학생 한 명이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가 손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경찰이 사용하는 진압 장비의 안전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다만 개별 사고의 정확한 경위와 책임 소재는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평화적인 시위를 방해하는 폭력 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찰과 공공기관, 상점 등을 공격하거나 약탈한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대부분의 시민이 평화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장면만으로 시위 전체의 의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벨기에·이탈리아에서도 연대 움직임…청년들의 미래 불안


프랑스의 시위는 주변 유럽 국가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청년과 학생들이 교육비 상승과 고등교육 기회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참가자들이 충돌했고, 리에주에서도 교육비와 학습자료 접근성 등을 둘러싼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 등에서도 프랑스 시위에 연대하는 움직임이 보고됐다.


각국의 교육제도와 경제 상황, 시위가 발생한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청년들이 교육 기회와 생활비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년들이 오히려 교육환경과 경제적 여건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청년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자녀의 교육과 가계 부담을 걱정하는 부모 세대,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장년층의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교육에서 시작된 변화 요구…프랑스 사회가 마주한 과제


이번 프랑스 시위는 교육과 경제적 불평등, 공공서비스 문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충분한 교사와 안전한 학교시설을 요구하고, 시민들은 생활비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서로 다른 요구처럼 보이지만 공공서비스가 시민들의 삶을 얼마나 뒷받침하고 있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교육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이동의 기회를 넓히는 중요한 기반이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교육환경의 차이가 커질 경우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시위를 통해 공공질서 유지와 시민들의 집회·표현의 자유를 함께 보장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동시에 교육환경 개선과 생활비 부담 완화 등 시위 참가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 이번 시위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정부와 학생·노동계 사이의 대화가 진전될지, 시민들의 불만이 장기적인 사회운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학교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목소리가 세대를 넘어 프랑스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교육과 생활의 안정, 공정한 기회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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